못다 그린 건축가
김원 지음 / 태학사·도서출판 광장 펴냄
김원 지음 / 태학사·도서출판 광장 펴냄
![[논설실의 서가] 팔순 건축가의 격동 반세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0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팔순 건축가의 격동 반세기")
'건축계 거장' 김원이 팔순을 맞아 내놓은 세 번째 산문집이다. 2003년에 낸 첫번째 산문집은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2019년 두 번째 산문집은 '꿈을 그리는 건축가'였다. 이번에는 '못다 그린 건축가'다. 제목의 핵심 키워드가 '행복'에서 '꿈'으로, 다시 '못다 그린'으로 바뀌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인생과 세상을 보는 저자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저자가 직접 달았다는 '못다 그린'이란 제목에는 아쉬움과 미련과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듯 하다.
지난 4년간 틈틈이 쓴 글 68편을 묶은 책이다. 건축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람, 예술, 환경, 삶에 대한 다채로운 글들이 담겨있다. 현대미술가 백남준과의 추억, 고(故) 이어령 선생과 사제 간으로 평생 동안 정을 나눈 일 등 저자가 관계 맺어온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6·25 때 돌아가신 아버지, 남겨진 5남매를 키워 온 어머니, 서른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수녀 여동생 이야기는 찡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저자가 건축가이니 건축에 얽혀 있는 에피소드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을 설득해 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독립기념관이 완공된 비사(秘史)가 흥미롭다.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문화재 관계 현안들의 뒷이야기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저자는 문화재에 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작업을 펼쳐왔던 한 건축가가 겪었던 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그리고 사회생활을 해온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50년 반세기 동안의 시대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글들은 아름답고 솔직하고 강력하며 재미있다. 책은 1부 '글 쓰는 건축가', 2부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것', 3부 '건축, 그 뒷이야기들', 4부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 5부 '예술인가?'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부제는 '김원의 삶과 사람들 세 번째 이야기'다.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로 불리는 저자는 김수근·김중업의 뒤를 잇는 한국건축 2세대 대표주자 중 한 명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김수근 건축연구소에서 수업했고 네덜란드 바우센트룸 국제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한강성당(1979), 쌩폴 수도원(1982), 국립국악원(1984), 광주가톨릭대학교(1992년), 주한 러시아대사관(2002), 태백산맥 문학관(2004), 이화여대 경영대학관(2005) 등 여러 작업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사의 지형을 다듬어 왔다. 동시에 글쓰기와 환경운동 활동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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