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30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기업으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처음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직후 7% 이상 급등해 419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시총 1조달러(약 1319조원)를 터치했으나 오후 들어 소폭 하락하면서 401.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당 404.86달러 이상으로 마감돼야 종가 기준으로도 시총 1조달러 클럽에 남을 수 있었으나, 결국 99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현재 뉴욕증시에서 시총 1조달러 클럽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엔비디아에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2021년 6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2021년 10월 각각 1조달러 선을 넘었다가 다시 물러난 상태다. 시총 1조달러를 넘은 회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엔비디아 랠리에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반도체 종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이날 장 초반 7만2500원까지 오르며 전일 경신한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전일 종가(7만2300원) 기준 시가총액은 431조6000억원 가량이다. 이를 현재 원달러 환율(달러당 1317.50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3276억달러 정도가 된다. 엔비디아 시총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166% 이상 폭등한 엔비디아의 질주에는 챗GPT로 촉발된 AI 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한 필수품으로 꼽히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전 세계 시장에서 90% 이상 엔비디아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출시한 대규모 언어모델 GPT-4에도 엔비디아의 GPU(A100) 1만여개가 사용됐다. 엔비디아는 기세를 타고 AI 슈퍼컴퓨팅 서비스인 'DGX 클라우드'를 비롯해 다양한 AI 관련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다음 분기(5~7월) 매출이 AI 붐에 힘입어 월가 전망치를 50% 상회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이 나온 지난 25일 하루에만 엔비디아 시총은 1840억달러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은 AI 서버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과소평가 해왔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엔비디아 실적 전망치가 크게 상향 조정됨에 따라 현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배수도 큰 폭으로 낮아지며 고평가 논란이 해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엔비디아 주가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드의 회사는 지난 1월 엔비디아를 매도했으나, 이후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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