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동부에 있는 발렌시아 지방 경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AFP 통신이 사법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보도했다.
스포츠 위원회는 과거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에게 1년간 경기장 출입금지와 벌금 4천유로(약 570만원)를 제안했다.
22일(한국 시각)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가의 2022-2023 시즌 스페인 라리가 3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브라질)가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와 경기 중 골문 뒤편에 앉은 홈 관중과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다툼이 오갔다. 비니시우스는 주심을 향해 특정 관중을 지목하며 자신이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했고, 팀 동료들까지 가세하며 1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이 날 주심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한 관중이 비니시우스에게 '원숭이, 원숭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지난 3월 이강인(22) 소속팀 마요르카의 한 팬이 경기 도중 비니시우스에게 "원숭이"라고 외쳐 1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나고 인스타그램에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스페인 라리가에선 인종차별이 일상이 됐다 "며 "한때 호나우지뉴와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지배했던 라리가는 이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라리가 사무국의 대처를 보면 인종차별을 장려하는 것 같다. 미안한 얘기지만,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의 나라로 통한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며 경기 도중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하면 경기 중단이 허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비니시우스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라리가 측은 그간 관계 당국 검찰에 9건의 사건을 고발하는 등 비니시우스가 당한 인종차별에 적극 대응했다며 비니시우스의 주장에 반박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전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선수"라고 칭송하며 "그동안 너무나 잘해온,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을 불쌍한 아이가 뛰는 모든 경기장에서 모욕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욜란다 디아즈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트위터에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인 구호는 스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종차별 문제는 라리가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계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달 초 손흥민 역시 토트넘 훗스퍼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당시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은 혐오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사회, 경기, 구단에서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크리스탈 팰리스, 경찰 당국과 협력해 수사 중이다.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조서현기자 rlayan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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