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관련 노조법 개정안 입법공청회'에서다.
노동계 측은 근로자·사용자·쟁의행위 개념을 확대하는 입법 취지에 적극 동조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 측은 상호 계약이 아닌 관계로까지 '무차별적' 노사 개념 확대가 이뤄지면 노사·시장 질서 혼란이 불가피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금지는 헌법과 민법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공청회에는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와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등 노사 관계자와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등 6인 참석했다. 한국노총의 문 변호사는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영업 노동자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워커(worker)이고 노동 기본권을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 ILO 기본 협약의 내용"이라며 이같은 내용이 국내법으로도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손배소 제기를 노조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소 취하를 대가로 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손해와 고통을 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담당 사건을 예로 들어 불과 4명의 노조원이 불법점거 없는 준법투쟁을 벌였는데도 사측에서 수입 감소분 등 19억6000만원 손배소를 제기한 일도 있다며 "이런 폭거를 정당한 재산권 행사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와 황 본부장 등은 "근로자 개념을 ('모든 노무제공자'를 추가하는)개정안처럼 확대하게 되면 전문직 자영업자들도 무분별하게 노조를 설립해 거래처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자영업자 담합행위도 노조법상 단체행동권 범위에 들어가 시장질서를 심각하게 교란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든 주체를 사용자로 보면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 사용자에게 모든 'n차 하청노조'가 교섭 요구가 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법적인 위장도급·불법파견 관계가 법률상 합법으로 규율되거나, 소수의 대기업이 대다수 근로자를 직접채용해 '중소기업 해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황 본부장은 "기본권 보호법리를 벗어난 불법쟁의(사업장 점거 등)를 면책하는 건 사용자 재산권 침해고, 사용자란 이유로 손해에 재판청구를 못하게 하는 건 헌법상 평등권·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사한 해외사례가 없고, ILO 역시 "불법쟁의 및 파업권은 보호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진술인들을 거들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합법 파업을 보호하고 손배소 제기 폭탄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손배소 제기에 대해 상한을 정할 순 있어도 아예 면책권을 주는 나라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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