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큰 폭의 금리 인상 적절"
외국인 투자자금 나갈 가능성
이창용 "물가 5% 이상 머물면
한은, 물가 안정 최우선 처리"
외국인 투자자금 나갈 가능성
이창용 "물가 5% 이상 머물면
한은, 물가 안정 최우선 처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진 한국 경제 = 지난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월과 7월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는데, 9월 회의에서도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현재 한국(연 2.50%)의 기준금리는 미국 기준금리(연 2.25∼2.50%)의 상단과 같아진 상태다. 9월에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아지는 상황이 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달러화 강세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달러 강세는 원화 가치를 더 낮추게 된다(원·달러 환율 상승). 기획재정부가 29일 오전 예정에 없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당분간 시장 상황에 대한 주의 깊은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공개한 것은 원화 가치 추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정부가 예상하는 9월이나 10월 물가정점론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웃돌면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면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기에 악재다.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도 키우는 셈이다.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한은 총재,"인플레 5% 훨씬 더 위로 가면 물가안정 우선"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 5%보다 훨씬 더 위에 머무른다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처럼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잭슨홀 회의가 열리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리 약속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연준이 연내 3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미 금리차 재역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총재는 "금리 격차 자체가 우리의 주된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분명히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된다"면서 "원화 평가절하는 한국 물가 상승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은이 특정 환율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라면서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과도한 금리 격차는 이상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환율이 움직이도록 허용해야 하고, 원화 절하의 간접적 영향을 통해 우리의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 물가상승률이 내년말까지 3%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본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는 시장 기대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로 국제 원유·천연가스 가격, 중국의 코로나19 정책과 미국·중국의 경기둔화를 꼽았다.
또 한·중 무역관계 변화와 관련해 "(중국이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에서 우리가 정말 이득을 보던 시기는 끝나간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 공급망에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대응을 못 했다는 비판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당시에는 모두가 또 다른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걱정했다. 이제 와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다고 비판하는 데 대해 나는 복합적인 견해"라고 말했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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