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回賓作主 <회빈작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6/2022061002102369660001[1].jpg "[古典여담] 回賓作主 <회빈작주>")
정부가 바뀌었지만 공공기관장의 69% 이상이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서 새 정부와 동거하게 된다고 한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국민 생활과 산업에 스며들어야 할 분야의 공공기관장과 공기업의 장(長)이 새 정부의 철학과 다르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새 대통령과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집행의 손발이 되어줄 기관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 기관들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곳들이다.
특히 이들 기관의 현직 장들은 전 정권과 정치적 노선과 철학을 공유했던 이들이라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안 맞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대척적일 수가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스스로 그만두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떠나는 정권도 수개월 정도의 공석은 채우지 않고 차기 정권이 인사를 하도록 비워두는 게 정치적 예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나 정권이 교체되는 데도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하려 했다.
더 큰 문제는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들 중에는 임기를 꼬박 채우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엄연히 임기가 있는데 누가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며 큰소리를 친다고 한다. 물론 임기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임기를 두는 본질적 취지를 살펴야 한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국민을 대리해 운영한다. 임기가 있지만 새로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뜻을 펼 수 있도록 비켜주는 것이 금도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자리 욕심에 매몰된 기관장들은 손님이 주인 행사를 한다는 '회빈작주'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주인인 국민의 심중을 살펴야 한다. 진정한 신사와 선비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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