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내세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여야가 '이전의 합리성'을 두고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7일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논쟁은 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 내에서도 해당 공약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비판하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정치 공세를 벌인다고 반박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이재명 후보가 본인만 살기 위한 공약"이라며 "이 후보 빼고 다 싫어하는데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 정책을 펴는 사람이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겠느냐"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일단 서울시민들이 불편하다"며 "또 경기도는 알다시피 김동연 후보 등등 해 가지고 성남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옮기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 경기도 후보들이 바보 되는 거고, 제주도는 지금 이 후보 공약 취소하라고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그러면 민주당 안에서 '이 후보만 살고 동지는 다 죽이자'라는 식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도동망(共倒同亡, 같이 넘어지고 함께 망한다는 뜻)의 정책으로 본다"고 직격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9일 관련공약을 제시한 이 후보와 송 후보를 겨냥해 "인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나라 살림을 쉽게 생각하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투표 직전에 마구 해댄다. 민주당이 하는 행태가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오 후보는 드론택시 등 미래 교통수단 측면에서 앞으로 김포공항의 용도가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까지 KTX로 연결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대해선 "10~20년은 더 걸려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분은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뻔한 분이고, 또 한 분은 민주당 대표를 2년 가까이 했다"면서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이런 분들이 나라를 이끄는 반열에 올라섰다는 게 아찔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동대문구 유세 현장에서도 "이 후보가 계양에서 지지율이 우리 당 윤형선 후보와 비슷하다고 하니 위기의식을 느낀 송 후보가 이 후보를 살려주려고 우리 김포공항을 인천에 주겠다고 공약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이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악당의 선동인가 아니면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철부지의 생떼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후보께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에 통합이전하자는 제 공약에 '제주관광이 악영향 입는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셨는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33.5km)"라며 "김포 대신 인천공항 이용하는 것이 제주관광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갈라치기 조작선동 그만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한 논쟁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면 좋겠다"며 "철부지 악당의 생떼선동에 넘어가실 국민들이 아니다"며 오 후보를 거듭 비판했다.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의원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선봉에 서서 비판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저격했다. 김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표께서 선거 지나면 이런 무슨 윤리위원회가 있는 사안이 있어서, 오히려 굉장히 여러 가지로 열일을 하고, 과하게 공세를 하고 계신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 대표가 '특별한 의도'를 갖고 공세를 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어 "대선 때도 서울 지역에서 의원들이 이건(김포공향 이전 공약을 두고) 아직은 적절치 않다고 해서 일단 정리가 됐던 사안"이라며 "이번에도 '장기적으로 검토는 해 봐야 되는 연구 과제'라는 차원에서 초창기 연구 검토 협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보면 너무 과하게 띄운 것"이랴며 "그 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이해를 하고 있고, 또 지방선거 때는 각 지역의 특성상 후보들이 자체 공약, 또는 연구 과제는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이 후보와 송 후보를 엄호했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연구 과제로 협의된 것"이라며 "그런데 그걸 이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너무 과하게 역으로 프레임을 걸어서 띄우신 것 같다"고 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왼쪽)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