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사진)'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주류업계에 온라인 판매 허용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원소주가 출시되자마자 팝업스토어와 홈페이지에서 연일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귀하신 몸'이 되자 대기업이 제조하는 다른 전통주들도 온라인 판매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원소주는 2차례의 팝업스토어에서 3만병을 완판한 데 이어 온라인 판매로 전환한 지난달 31일 이후로도 하루 2000병의 물량이 수 분 내로 품절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명 가수인 박재범이 직접 만든 프리미엄급 전통소주라는 점이 부각되며 1만49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존 주류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하이트진로와 광주요 등 기존 주류업체도 일품진로, 화요 등 전통소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제조자가 지역농민·식품명인이거나 농업법인이어야 한다. 원소주의 경우 제조사인 원스피리츠가 농업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로 분류됐다.
반면 광주요의 화요,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롯데칠성의 백화수복 등 국내 대표 전통주들은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전통 기법으로 제품을 만들더라도 제조사가 농업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지 않는다.
막걸리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돼 장수막걸리나 지평막걸리 등은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반면 복순도가, 해창 막걸리 등은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더 눈에 띄는 예시도 있다. '미국인이 만든 전통소주'라는 이유로 이슈몰이를 했던 '토끼소주'는 미국인이 미국에서 만든 브랜드지만 전통주로 분류된다. 창업자인 브랜든 힐이 지난 2020년 충청북도 충주에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충주 지역의 원재료를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통주 시장의 발전과 확장을 위해서라도 기준을 완화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청소년 음주와 골목상권 보호, 주류 유통체계 변화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온라인 주류 판매 확대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판매가 허가된 전통주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생산량이 적어 실제 주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높지 않은 반면 대기업들의 온라인 판매가 열릴 경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오랜 기간 규제가 이어져 왔다는 것은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의미"라며 "청소년 보호, 슈퍼·편의점 등 골목 상권 보호, 유통체계 변화에 따른 유통질서 문란 발생과 같은 문제들이 선제적으로 해결된 후 동일 기준 적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