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姑息之計 <고식지계>](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502102369660002[1].jpg "[古典여담] 姑息之計 <고식지계>")
잠시·부녀자 고, 쉴 식, 갈 지, 셈할 계. 고식지계. 당장의 편한 것만 찾는 일시적 계책을 말한다. 안전하고 항구적인 대책이 아니라 눈앞의 어려움만 피할 요량으로 급하게 만든 임시변통이라는 의미다. 고(姑)는 잠시라는 의미 외에 늙은 시어머니 또는 부녀자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부녀자나 생각해내는 얕은꾀라고 폄하하는 맥락도 있다.
고식의 계를 전하는 고전은 '예기'(禮記)와 '시자'(尸子)가 있다. 예기 단궁편(檀弓篇)에서 증자(曾子)는 "소인은 사랑을 고식으로 하고 군자는 덕으로 한다"(曾子曰 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고 했다. '고식'은 그저 현재의 달콤함을 말한다. 소인의 사랑은 꿀처럼 달콤한 것 같지만 깊이가 없어 오래가지 못하고 '덕'을 바탕으로 하는 군자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 무덤덤해 보이지만 깊은 신뢰와 애정이 어려 있어 오래가고 변치 않는다는 의미다. '시자'에는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일화가 전한다.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들었다'(紂棄老之言而用故息之語)라는 구절이 있다. 주왕은 경륜이 있는 신하들의 말은 듣지 않고 알랑거리는 아녀자의 말만 듣다가 망국군주가 됐다. 주왕은 초기 국력 신장에 매진해 강성한 나라를 만들었으나 점차 간신과 측근들의 '고식'의 꼬임으로 안일과 방탕에 빠졌다. 주(周) 무왕(武王)에게 패해 자살하고 은은 멸망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항구적 계책을 세우지 못하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경계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서두르고 있다. 5월 9일 정권 이양 전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쫓기듯 하고 있다. 70여년 국가수사체계를 바꾸는 일을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후딱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로부터 박탈한 수사권을 어디에 둘지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오로지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니 토론회니, 여론조사니 하는 것도 모두 생략해버렸다. 정권 편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도 반대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의 각종 권력형 비리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수사를 막으려는 '문·이 방탄용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이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 검수완박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수완박 행태야말로 고식지계가 아니고 무언가.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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