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瓜田李下 <과전이하>](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0102102369660002[1].jpg "[古典여담] 瓜田李下 <과전이하>")
오이 과, 밭 전, 오얏 리, 아래 하. 과전이하.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다. 의심 받을 행동을 삼가라는 의미다. 원래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인데 줄여서 과전이하로도 쓰인다. '문선(文選)' 고악부편(古樂府篇)의 '군자행(君子行)'이라는 시구(詩句)에 나오는 말이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고)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 의심 받을 곳에 처하지 아니하며)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오이 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오얏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매지 않는다). 자고로 군자(君子)라면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의심 받을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처신한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는 행동은 안 한다는 뜻이다.
과전이하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는 전한(前漢)시대 유향(劉向)이 편찬한 '열녀전(烈女傳)' 절의편(節義篇)에 나오는 우희(虞姬)의 이야기다. 기원전 4세기경 제(齊)나라 위왕(威王) 통치 때 간신 주파호(周破胡)가 국정을 농단했다. 위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우희는 참다못해 주파호를 삭탈관직 하고 북곽(北郭)과 같은 어진 선비를 등용할 것을 간했다. 우희가 자신을 내쫓으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주파호는 우희와 북곽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며 모함했다.
주파호의 말을 들은 위왕은 우희를 감옥에 가두고 추궁토록 했다. 관원들이 주파호에 매수돼 모두 우희에 불리한 보고만 하자 이상히 여긴 우왕은 직접 우희를 심문했다.우희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죄가 있다면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신첩에게 죄가 있다면,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한 것처럼 남에게 의심받을 짓을 했다는 것과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단 한 사람도 저의 진실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신첩의 부덕함입니다." 위왕은 비로소 진실을 깨닫고 우희를 풀어주고 주파호를 처형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입고 나왔던 수백 벌의 옷과 브로치 등 액세서리 가운데 고가품이 들어있는데, 그걸 어떻게 마련했는가 하는 의심을 산 것이 단초였다.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 시민단체가 내용을 공개하라는 소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가 없다면 공개하면 될 것을 청와대는 판결에 불북해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옷값 논란이 계속 언론에 오르자 청와대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김 여사 옷 구매에 특수활동비 등 국가예산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옷값 논란과 상관없는 청와대의 특활비를 줄였다는 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옷을 일관되게 사비로, 카드로 구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여사에게 구두를 판매한 측은 수백 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했다. 카드로 구매했다는 말은 금세 헝클어졌고 의심만 더 키웠다.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옷값과 관련한 내용이 국익이나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말은 참 구차하다. 청와대의 행태를 보면 과전이하가 떠오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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