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任重道遠 <임중도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802102369660002[1].jpg "[古典여담] 任重道遠 <임중도원>")
맡길 임, 무거울 중, 길 도, 멀 원. 임중도원. 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 현재의 상황이 엄중하고 그 임무를 떠안은 인물에 대한 신뢰가 미덥지 못할 때 쓰기도 한다. 모름지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건해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나온다. 공자(孔子)의 애제자 증자(曾子)는 선비의 마음가짐과 품행을 이렇게 말했다. "선비라면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仁)으로써 그 할 바를 삼으니 그 또한 막중하지 않은가? 임무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므로 이 또한 멀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비슷한 표현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의미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온다. 일모도원은 일을 적시 수행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임중도원은 임무의 막중함과 그 임무를 맡은 인물에 중점을 둔 말이다. 그러나 일모도원은 그 유래를 보면 다급함을 핑계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합리화도 포함돼 있다. 임무가 중한데 갈 길은 멀고(임중도원) 시간이 없으니(일모도원) 편법을 좀 동원하면 어떠냐는 뉘앙스가 있다.
요즘 임중도원이란 말을 가장 절감하는 이들은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그 참모들일 것이다.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 인선도 17일 마무리됐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과 차기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 건국 이래 70년간 연면(連綿)한 국정의 기조가 틀어졌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독립이라는 창발적 기풍이 훼손되고 국가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새 정부는 이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일모도원을 경계하고 임중도원을 새기길 바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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