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에는 `입학지옥`이 있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7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에는 `입학지옥`이 있었다")
1922년 지원자 급증에 동아일보 '교실 부족' 다뤄
군민대회 개최하며 항의…총독부 2부제 수업 발표
지금 지방의 어떤 학교들은 입학생이 없어 폐교를 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 1960년대 서울의 초등학교는 몰려드는 학생들로 3부제 수업까지 했었다. 100년 전에도 학교는 적고 아이들은 많아 보통학교(초등학교) 입학시험까지 생기기도 했다. 이제는 학생이 모자란다 한다. 세상 일이란 돌고 도는 것 같다.
1921년 11월 11일자 매일신보를 보면 당시 경성부 내의 각 보통학교 취학 상황을 알 수 있다. "1918년도는 응모자 수는 1,953명, 입학자는 1,096명이요, 다시 1919년도는 소요사건(3.1운동)이 영향을 미쳐 겨우 920명의 응모자를 보였고, 입학 허가자는 763명이요, 1920년도 응모자는 2,882명인데 입학자는 1,386명인데, 현재의 공립보통학교는 부내 13개 교요, 그 학급 수는 180학급이나 매년 증가하는 고로, 조선인 자제의 향학열에 대하여는 당국에서도 상당히 고려하는 중이라더라."
1922년이 되자 입학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보통학교에 입학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1922년 3월 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조수(潮水)같은 입학 청원'이란 제목의 기사다. "경성 안에 있는 현재의 보통학교와 또 금년 4월부터 학생을 수용할 공립보통학교를 합하여 총 수가 12곳이요, 금년에 1학년생을 수용할 교실은 겨우 2천명의 설비 밖에 없다 하는데, 요사이 경성부 민적계에는 입학 아동의 민적 대조의 도장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매일 1천명에 달하여 이를 수응(酬應)할 수 없는 혼잡을 이루는 중인 바 (중략) 초학생들은 이와 같이 맹렬히 증가하는 까닭에 각 보통학교에서는 아무쪼록 학교가 있는 부근의 아동부터 수용하려는 방침으로 학교와 거리가 너무 먼 곳에 있는 아동의 입학원은 퇴각하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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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변천에 따라 여성 교육에 대한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입학난은 더욱 심해졌다. 1922년 3월 8일자 동아일보에 '규중(閨中)에서 교문에 쇄도'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규중에 깊이 잠기었던 여자들까지 배워야 하겠다고 물밀 듯이 달려드니, 지금은 아니 가르치면 시집을 못 보내겠다는 이유가 제일 긴절(緊切)한 뜻이다."
이렇게 지원자가 쇄도하면서 결국 보통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입학시험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1922년 3월 1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초학(初學)의 어린아이들의 교육기관의 부족'이란 기사다. "보통학교 입학청원서가 2만2천장에 달하여 입학난의 소리는 경성 시내에 가득 차게 되었다. 작년에는 보통학교 입학생에게 시험을 너무 높게 보였다는 비난이 많아서 일시 큰 문제가 되었거니와, 금년에도 모집 정원의 11배나 되는 아이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추려 가르치게 하려는지, 이야말로 보통학교 당국자의 주의할 문제라 하려니와, 일반의 주목하는 일이다. 초학이라 하면 기역, 니은부터 배우려 하는 아이들인데, 그들에게 시험을 보게 한다하는 말부터 큰 망발이라. 조선에만 있다 할 수 있는 기괴하고 참혹한 현상이라 하려니와 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보통학교 3,4학년 정도의 시험을 보게 하는 일이 있다." 입학시험 때문에 100년 전에도 벌써 선행학급이 생겨난 것을 알 수 있다.
불합격자들의 불만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1922년 4월 1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부산 동래공립보통학교에서는 결국 학생의 신체 건강과 가정 형편이며 연장자 등의 조건을 붙여서 지난 27일 입학허가가 된 사람의 이름을 발표하였는데, 그 발표한 것을 보고 그만 명단에서 빠진 600명의 지원자 부형은 그 선발된 생도는 학교 교원의 일가나 친한 친구의 자제로만 알음알음으로 뽑았고, 길도 없고 아첨도 못하는 자는 빠졌다고 불평을 부르짖으며 그 수백명이 갑자기 이 학교 뜰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일이 보이므로, 경계하고 있던 경관이 얼른 제지시키고 해산케 하였다."
군민대회까지 개최되며 항의하는 일도 일어났다. 1922년 3월 18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지난 12일 오후1시에 경상남도 김해군에서는 7,8백명의 군민이 김해청년회 운동장에 모여 군민대회를 열었는데 (중략) 입학 지원의 아동 수가 1천명 이상이나, 학교에서는 150명만을 허가할 방침이므로 군민대회를 열고, 세 가지 조건을 결의하고 군 당국과 교섭하기로 하고 5시에 폐회하였다."
이에 총독부는 입학난 해소책을 구상하게 됐다. 바로 2부제 수업이었다. 1922년 4월 11일자 동아일보는 이를 보도하고 있다. "경성 시내에 입학할 아동은 많고 수용할 학교는 부족하여 경성부 당국에서는 적극적 방책으로 가능한 한 2부제 교수(敎授)의 방법으로 입학치 못하는 아동을 구제하고자 지금 생각하는 중인데, 자세한 말은 발표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
'학문지도무타 구기방심이'(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已矣)란 말이 있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뿐이라는 뜻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애써 공부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다만 남을 억압하고 남의 것을 빼앗을 칼자루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닌, 각자의 잃어버린 착한 마음을 찾는 공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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