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배종찬 칼럼] 尹·安 단일화가 치명적 변수인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402102269660002[1].jpg "[배종찬 칼럼] 尹·安 단일화가 치명적 변수인 이유")
그렇다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선거 구도가 된다. 정권 유지와 정권 교체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만드는 단일화는 전체 선거 구도를 결정할 정도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 이후 '이회창 대세론'이 부각될 정도였다. 월드컵 열풍으로 대선 후보로 우뚝 선 정몽준 후보가 8~9월경까지는 선전했지만 지지율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를 선택하면서 선거 구도를 정권 교체나 정권 심판에서 아들 병역 의혹으로 얼룩진 '반이회창' 구도로 바꾸어 놓았다. 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 역시 매우 높았다. 2002년 11월 24일 선거를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 단일 후보가 결정되었고 결국 노무현 단일 후보는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데이터로 본 단일화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유선 및 무선가상번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7.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윤석열 후보로 단일화 되는 경우 이재명 후보 39.5%, 윤석열 단일 후보 44.8%, 심상정 후보 7.5%로 나타났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거의 45%에 육박했고 이 후보와 오차 범위 내 결과로 나왔다.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되는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후보 35.9%, 안철수 단일 후보 45.6%, 심상정 후보 6.6%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약 10%포인트 더 앞서는 결과다.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로 단일화 경쟁력과 파괴력이다. 윤석열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단일화로 보수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는 경우 더 큰 경쟁력과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권 교체 여론에 오롯이 올라타기 때문에 결집도는 더 높아진다. '당위성 법칙'으로만 보면 단일화는 정권 교체에 꼭 필요한 환경이지만 '현실성 법칙'은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거의 접전이거나 오차 범위 내 앞서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단일화에 대한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어 '현실성의 법칙'으로 보면 단일화는 불투명해 보인다.
단일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와중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국민경선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 국민여론조사는 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언제 조사를 실시할지, 조사 대상 범위를 전체 응답자로 할지 말지, 조사 방법을 자동응답으로 할지 아니면 면접원에 의한 조사를 할지, 유선 전화를 포함할지 말지 등 사전에 서로 협의해야한 하는 조건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 중재를 해 내기도 어렵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고 윤석열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인 양보는 없을 것이라며 분분한 의견을 일축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협상이 남아 있다.
단일화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는 지속적으로 단일화는 없고 완주하겠다고 했지만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직전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렇게 되면 공식선거운동 초반부터 국민들의 관심은 단일화에 빨려 들어가는 '단일화 블랙홀'이 발생한다.
20여 일 동안 전체 유권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고 선거 관심은 그야말로 '단일화'에 모아지게 된다. 말 그대로 선거판을 집어삼키게 된다. 중도층이 단일화 과정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단일화에 대한 정치적 반사 이익은 이재명 후보가 가져갈 수도 있다. 대선 국면은 '단일화'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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