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五里霧中 <오리무중>](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1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五里霧中 <오리무중>")
중국 후한(後漢)시대 장해(張楷)라는 사람에 의해 유래된 말이다. 장해는 학문도 뛰어났지만 도술에도 탁월했다. 그는 사방 5리 이내를 안개로 덮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바로 '오리무'(五里霧)다. 황제가 학문과 인품이 남다른 장해를 등용하려고 했고, 전국의 명망있는 학자들과 고관대작들도 그를 만나려고 했다. 세속의 때 묻은 자들과 어울리기 싫지 않았던 그는 고향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를 찾아왔다. 장해는 '오리무'를 만들어 자신을 못 찾게했다. 사람들은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매다가 결국 돌아갔다.
'오리무'와 관련해선 이런 이야기도 있다. 배우(裵優)라는 사람도 3리 안을 안개로 덮을 수 있는 '삼리무'(三里霧)를 할 수 있었다. 배우는 장해에게 '오리무'를 배우려 했지만 장해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장해가 죽자 '오리무'는 영원히 '오리무중'이 됐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오리무중'이란 말이 떠오른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절망의 탄식만 쏟아낸다. 취업난은 해소가 안되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되고 있다. 대권주자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고, 대선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나라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국민들은 짙은 안개속에서 헤매고 있다. '인곤마핍'(人困馬乏;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의 상황이다. 좀처럼 시계(視界)는 트이지 않으나 희망의 빛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안개에 가려 길은 보이지는 않으나 길은 분명히 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 보자. 밝은 태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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