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우리 아들한테 사기당하지 마시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03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우리 아들한테 사기당하지 마시오\"")
건강약품·여성미용 홍보 등 현대와 비슷
가족 허물 드러내며 타인에 피해 막기도
광고(廣告)는 글자 그대로 무엇인가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의도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특별한 매체가 전무했던 100년 전에는 신문광고야말로 유일한 광고 수단이었다. 광고를 보면 그 시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 100년 전 신문의 광고를 찾아 떠나본다.
약에 관한 광고를 보면 당시에 널리 퍼진 병을 알 수가 있다. 1910년 10월 25일자 매일신보에 게재된 광고다. "경성부 차동 동화약방(同和藥房) / 구약(求藥)은 각 도, 군 지점 출장으로 / 대금은 우저(郵貯; 우편저금) 328번으로 / 전매(專賣)는 인소환(引蘇丸), 백응고(白應膏) 등 90여 종으로 하시요." 지금도 유명한 부채표 동화약방의 광고다.
1921년 11월 29일자 매일신보의 광고다. '임질, 매독, 치질, 부인병'이란 제목으로 "다년 고통 중에 여러 가지 약으로 치료를 해도 효력이 전무한 환자로서 근치(根治)에 희망이 없는 병자(病者) 제씨(諸氏)는 아리타(有田)또락구 상회에 일차 내문(來問)하시오. 성의로 친절히 교시(敎示; 가르침)하겠나이다. 화류병 환자 제씨여! 여러분의 생명이 될 만한 종로 4거리에 있는 아리타또락구 상회를 잊지 마시오. 경성 종로 십자가 전차 교차점, 공평동 88번지, 아리타또락구 상회, 주임 차병철(車丙轍)."
1922년 2월 25일자 동아일보에는 '하늘이 준 영제(靈劑) 살모사전기증소(殺母蛇電氣蒸燒)'란 광고가 실려있다. "살모사전기증소는 현재 과학의 진보에 따라 정제(精製)한 비교할 데 없는 자양강장제인데, 살아있는 살모사를 복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폐병, 늑막, 심장병, 생식기 장애, 신경쇠약 기타 여러 병에 고통하시는 분은 하루라도 속히 이 약을 시용(試用)하시와 위대한 효력과 건강의 행복을 얻으시압. 정가 : 1개월분 6원, 반개월분 3원 50전, 일주일분 2원, 동경 사류(蛇類)연구소, 경성부 본정 4정목 131, 진체(振替) 경성 8632번, 전화 2363번."
호랑이 발톱을 약으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광고도 있다. "호랑이 발톱을 매매(賣買)하려 하거든 가지고 그리스도 신문사로 오시요. 호랑이 발톱을 제 짝을 맞춰서 쌍쌍이 앞발톱과 뒷발톱을 가지고 오시오." (1898년 8월 11일자 그리스도신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우리 아들한테 사기당하지 마시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03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우리 아들한테 사기당하지 마시오\"")
예나 지금이나 이뻐지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은 여전했던가. 1920년 8월 15일자 동아일보의 미용원 광고가 눈에 띈다. "경성미용원, 얼굴 곱게 하는 곳, 통지만 하시면 설명서를 거저 보냄 / 경성 운니동 87번지, 전화 1357, 진체구좌(振替口座; 우체국 이체 구좌) 5595."
국내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교민 신문인 신한민보에선 구인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1909년 2월 10일자 신한민보의 철도인부 모집 광고다. "노동에 주의(注意; 마음에 새겨둠)하는 동포이거든 이리로 오시오. 금전을 벌고자 하는 동포이거든 이리로 오시오. 동양인을 배척하는 때에 일은 못 얻고 한탄만 하는 동포이거든 이리로 오시오. 본인이 오션쇼우 철도회사에 약조하고 인부 100명 이상을 모집하는데, 우선 50명 가랑이면 역사(役事; 토목건축 공사)를 시작합니다. 방금 상항(桑港;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포도 다수(多數)하거니와, 다시 있기 어려운 일이오니 기회를 잃지 말고 속히 상항국민회관으로 래임(來臨; 방문)하셔서 우리의 장구(長久)한 사업을 경영합시다. 공전(工錢; 품삯)은 1원 60전. 상항한인 국민회관 내, 허승원 김응규 고백(告白; 사실대로 말함)."
100여 년 전 멀리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멕시코로 떠나야만 했고 수 년 간 소식을 몰라 애를 태우던 모습이 떠오르는 가슴 아픈 광고에도 눈길이 간다. 1909년 5월 12일자 신한민보의 '아들 찾는 광고'다. "본인의 아들 인현이가 6년 전에 집을 떠나 하와이로 갔는데, 한번 통신을 받아 보았으나 그 후에 소식이 돈절(頓絶; 아주 끊어짐)하여 사생(死生)을 알지 못하여 이 광고하오니, 누구시든지 인현의 거주를 아시면, 멕시코 유카탄 메리다 김계선씨 집으로 기별(寄別; 소식을 전함)하여 주심을 복망(伏望; 삼가 바람)."
같은 해 4월 14일자 신한민보에는 비슷한 광고가 실려있다. "함경도 함흥 동명사 신촌리 훈장의 아들 이진사의 조카 아명(兒名)은 신손이라 하는 이가, 정혼한 후에 본국을 떠난지 지금 7,8년이로되, 소식이 돈절하였기로 이에 광고하오니, 누구시던지 있는 곳을 아시는 이는 공립신보사로 통기(通寄; 어떤 일을 알림)하여 주시면 특별 감사하겠소이다."
1920년 8월 15일자 동아일보의 '急告(급히 알림)'라는 제목의 광고를 보자. "본인의 장남 재화(在華)는 본성이 부랑(浮浪)하여 15년 전부터 집안 재산 수만원을 소비하고도, 지금까지 개과(改過)치 않더니 또 돌연 출가하여 빚을 얻어 방탕하고자 하오니, 내외국의 여러분들은 부디 사기당하지 말기 바랍니다. 부산부 초량 309, 김성옥(金成玉)아룀."
1921년 1월 1일자 매일신보에도 '사기 당하지 마십시요'란 광고가 실려있다. "본인의 먼 친족 동생 오식동(吳軾東)이 성질이 본래 부랑하여 전에부터 경성에 오면, 자칭 본인이 저의 친동생이라고 사람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니, 내외국의 여러 분들은 절대 사기 당하기 마시기를 바랍니다. 황해도 해주군 석동면 오국동(吳國東) 고백(告白; 아룀)."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막고자 광고까지 싣던 모습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가족과 특히 자식의 허물을 어떻게 하든 막고 감추려고 하는 지금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다. 100년 전 광고를 보면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더욱 절실한 요즘임을 깨닫게 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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