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葛藤(갈등)](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0302102369061002[1].jpg "[古典여담] 葛藤(갈등)")
칡 갈, 등나무 등. 글자대로 풀이하면 '칡과 등넝쿨'이라는 뜻이다. 넝쿨식물의 특성상 두 식물은 혼자 서지 못하고 남을 의지해야만 살수 있다. 칡과 등은 한 곳에 있으면 칡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방향으로 틀면 문제가 없는데 서로 반대방향으로 틀기 때문에 뒤엉키는 것이다. 갈등은 이렇게 칡과 등이 서로 감아 올라가면서 얽히고 설킨 것과 같이, 서로 대립해 일을 풀기 어렵게 된 상태를 뜻한다. 서로 다른 입장, 견해, 이해관계 등으로 발생하는 '불화'를 이른다.
갈등은 원래 불교 용어다. 진(晋)나라 때 유명한 고승 축불념(竺佛念)이 서기 398년 경에 한문번역한 불교시집 '출요경'(出曜經; 태양처럼 빛나는 경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중생 가운데 애욕의 그물에 얽매이는 자는 반드시 정도(正道)가 무너져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마치 칡과 등나무가 나무를 감아 끝에 이르러 두루 미치면 나무가 고사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其有衆生墮愛綱者必敗, 正道云云猶如葛藤纏樹, 至末遍則樹枯)." 여기서 보듯이 갈등이란 말은 지나친 애욕에 집착해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후에 현재와 같은 뜻으로 변화했다.
요즘은 '갈등의 시대'다. 갈수록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적으로 보면 대선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이고, 빈부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등이 있다. 국제적으론 세계를 계속 긴장시키고 있는 미중 갈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격 회동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급기야 "주접을 떨어놨다"는 발언까지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당 대표 패싱'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지역 순회'중이다. 국민의 힘 내홍 문제지만 이는 우리 시대 갈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갈등 없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갈등이 영구적으로 고착될까 두렵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갈등 해소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다음 대통령으로 뽑아 화합하고 단결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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