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여야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부터 실질적인 대화가 진행되길 바란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드러낸 반면, 국민의힘은 "종전 선언이 아니라 종속 선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김 부부장은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담화를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화답한 지 하루 만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개인적 견해라는 점을 밝혔지만, 부부장의 발언은 멈춰있던 남북대화의 재개를 알리는 파란불"이라며 "문 대통령이 2018년, 2020년, 2021년에 걸쳐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에 대해, 북한이 높이 평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이번 미국 방문에서 송영길 당대표도 대한민국이 재량권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게 한미관계에서의 역할분담을 설득했다"며 "미국정부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에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남북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김 부부장의 말처럼, 훈풍과 폭풍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문제를 풀어가는 태도에 달려 있다"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 전환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국회의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런데도 제1야당 대표는 미국에서 이러한 바람의 향방을 읽지 못하고 자당의 이해관계에 갇힌 속 좁은 태도를 보여줘 아쉽다"며 "국민의힘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이 아니라 사실상의 종속선언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한반도의 현 안보구조에서 한국이 북한과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한국이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구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안보구조만 인정하는 정치적 선언을 체결하자고 하면 북한은 필경 '상호 존중' 원칙이 들어가야 한다고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생긴다"며 "한미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태 의원은 미국을 방문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지금까지 만난 백악관, 국무부, 의회, 싱크탱크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집착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24일(현지시간)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방미 의원단이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데릭 콜렛 국무부 특별보좌관과 면담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범수, 허은아 의원, 이준석, 조태용, 태영호 의원. 국민의힘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