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조국사태·부동산 정책·포퓰리즘 맹비난… 도 넘은 기업규제 우려도

남시욱 "경제는 다시 살리면 되지만
안보는 한번 틀어지면 세우기 어려워"
"더 큰 꿈? 세상일 모르죠" 했던 정세균
인터뷰 1년 후 여권 대권주자로 우뚝
박형준 "與견제할 강력한 세규합 필요"
박용진 "기업인 이건희 혁신 인정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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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조국사태·부동산 정책·포퓰리즘 맹비난…  도 넘은 기업규제 우려도
[고견을 듣는다] 조국사태·부동산 정책·포퓰리즘 맹비난…  도 넘은 기업규제 우려도
고견을 듣는다

시대의 원로들 말·말·말


[고견을 듣는다]는 2018년 8월 3일 자 진념 전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최근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2021년 2월 5일)까지 63인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우국우민(憂國憂民)으로 가득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민주주의의 창달에는 생각이 일치되었지만,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환경 각 분야의 각론에서는 다양했다. 보수적 정통적 해법을 제시하는가 하면 진보적 비전통적 변책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고견을 듣는다를 관통한 주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리더십과 관련한 국가의 역할 △공정·혁신·포용 경제의 타당성 △한미동맹 이완과 북한 비핵화 난제 △검찰개혁과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정당성 △부동산값 폭등과 소득 및 자산 양극화 △코로나19가 초래한 과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 형성문제 △탈원전과 기후변화,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이었다. 어느 한 분의 말씀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하나하나 '옥편'(玉篇)이 아닌 게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고용이 위축되는 시점에서 만난 진념 전 부총리는 후진 경제관료들의 현실감을 질타했다. 진 부총리는 "시장과 소통을 해야 해. 규제개혁이 이로우면 과감히 제도를 고쳐나가는 과감성이 있어야 해"라고 했다. 직업이 '장관'이었던 그답게 사명감에 투철한 관료의 정책 견인력을 역설했다. 여기엔 정치인에 대한 못 미더움이 작용했다. 그에 반해 최근 인터뷰인 하준경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관료가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봤다. 그는 "내수 부족국가에서 정부가 적자를 내면 민간의 흑자가 되는 관계가 있다"며 "낭비적 요소만 없다면 재정투입을 (경제관료가) 반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윤증현 전 기재부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책을 아마추어리즘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논리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 나라가 자기들만의 나라인가, 이대로라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했다. 인터뷰한 때가 2018년 10월이었는데 이후 그의 예언은 불행히도 맞아떨어져왔다. 코로나라는 비상시국을 맞기 전 이미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경쟁국인 대만은 작년 3% 성장해 곧 한국경제를 추월할 기세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작년 -1.0% 성장을 선방했다며 최악의 국가들과 비교한다. 대만의 성공은 방역과 정부정책이 짝을 이뤄 만든 것이다.

국내 선두권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은 기업 현장의 체감을 전해줬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주52시간근무제"라며 "식음을 물리고 몰입하는 창의성과 향상욕을 꺾는 악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재와 창의 없이 어떻게 삼성반도체가 '초격차' 전략을 세울 수 있었냐며 반문했다. 전 금융위원장인 김석동 지평인문연구소 대표는 "한국인의 승부사 기질을 믿어야 한다며 기업이 뛰놀게 하면 한국의 기마민족 DNA가 발현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역시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위기에 대한 국민 컨센서스를 만들고 질환을 앓고 있는 부분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자리 전도사 박병원 전 경총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규제를 그대로 놔두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스마트팜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을 키우고 노동관련제도를 기존 일자리 보호에서 구직자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문 정부의 정책은 "음주 무면허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과 같다"며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맞는다며 다만, 세부 시장영역에서 역작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 전 총재는 집값 폭등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취득세·재산세 활용은 전통적 해법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동 경실련 본부장은 집값 폭등은 공급정책의 실패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이를 부인하면서 정부가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집 못 사게 하는 것이 이 정부의 주택정책이었다"며 임대차3법이 시장을 바로잡긴커녕 시장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성적 추경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효과는 적고 재정 부담만 키우는 돈 살포보다는 규제개혁같은 제도적 접근이 화급하다"고 강조했다.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도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준다는 것은 달콤한 속임수에 불과한데 국민들이 깨닫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자는 두 젊은 정치인도 인터뷰했다. 박용진, 조정훈 의원은 코로나 위기이므로 정부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수진영의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고 국가발전에 유익하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치인이다.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줄곧 제기해온 그였지만 "기업인 이건희의 혁신적 태도, 일류삼성을 만든 정신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박용진의 혁신보다는 판 전체를 바꾸는 '교체'를 주장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갈라놓는 선을 없애고 기업 발목 잡는 규제를 모두 부러뜨리겠다고 했다. 진보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그가 "국가는 조연으로 돌아가고 기업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다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시대전환'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아일보 논설실장과 문화일보 사장을 역임한 원로 언론인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회담에서 10·4남북공동선언을 기초로 대북 '퍼주기' 약속을 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2018년 8월 인터뷰에서 남 이사장은 "경제는 다시 살리면 된다지만 안보는 한번 틀어지면 다시 세우기 힘들다"며 "집권세력은 근본주의적 진보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주의 도그마에 빠지면 현실을 망각하고 현실과 괴리된다는 것이었다. 남 이사장은 '한국진보세력연구'와 '한국보수세력연구'로 한국 좌우 정치세력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남 이사장에 이어 인터뷰한 민병두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진보와 보수 모두 사회발전을 기한다는 점에선 같다며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은산분리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정했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으로 기업부담이 늘 것을 걱정했다. 이후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됐고 인터뷰 2년 후 작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존치됐다.

2019년 2월 인터뷰한 정세균 총리(당시 직전 국회의장)는 집권 여당의 어른으로서 야당을 끌어안는 포용을 강조했다.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소득분위별 격차 확대에 대해 "민생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그러나 아직 임기가 3분의 1도 채 안 지났으니 대통령, 정부, 여당이 분발해서 촛불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촛불민심' 등 여당 프레임을 견지했으나 정책 과오를 인정하는 열린 자세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느슨해지고 있던 한미동맹에 대해선 "변질될 수 없는 우리 안보의 기초"라고 잘라 말했다. 당시 기자가 관상이 좋다며 "국회의장을 하셨으니 더 큰 꿈을 꿔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특유의 웃음을 짓더니 "글쎄요, 세상 일은 모르니까요"라고 말을 흐렸다. 그 1년여 후 총리가 돼 현재 대권주자 중 한 명이 되었다.

박지원 의원(현 국정원장)은 "햇볕정책은 가장 보수적인 대북정책입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를 간과하고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한 2019년 7월은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던 때다. 그러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됐고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남북 대화와 협상에는 전위적 입장이었지만 안보에 있어서는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인터뷰 1여년 후 그는 대북 감시 관찰을 포함해 국가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의 원장이 됐다.

운동권의 원조, 노동운동의 대부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인터뷰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회를 가진 직후 국회의원회관 휴게실에서 가졌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어떤 주제든 막힘없이 견해를 털어놨다. 평생을 노동현장에서 부대껴온 그였지만 오늘날 양대 노총의 '갑질'에 대해서는 노동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낙인찍었다. 그렇게 된 데 대해 그는 "진보 지식인과 정치인 등 진보진영의 잘못이 크다"며 "그들에게는 학생운동권, 노동자, 북한 등 세 가지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데, 이 세 집단이 무슨 말을 하든 꼼짝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전 KBS 이사장을 인터뷰한 시점은 2019년 7월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로 한일간 갈등이 첨예화하던 때였다. 이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이 역사를 제대로 공부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극단적 좌파 공산주의는 선전 선동에 능해 좋은 말을 선점해 버린다"며 "인민, 동무 등의 말로 사고를 지배하고 사람들을 결집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1년여 정도 지켜봐왔는데, 반공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을 뒤엎는 작업을 해왔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경선에 맞붙은 박형준 전 국회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2019년 8월과 10월 두 달 간격으로 인터뷰를 했다. 두 사람 모두 당시 '조국사태'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그 대안으로 "여권을 견제할 강력한 세 규합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의원은 "가치 판단의 혼돈 상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보수세력도 선거에서 이기는 데만 정신 팔려 노선이 왔다 갔다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의원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에 항의해 삭발투쟁을 한 후라서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노재봉, 정홍원 두 전직 총리의 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사자후였다. 노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이) 월남 공산화에 희열을 느꼈다고 했는데, 한국도 민족해방전선(NLF) 관점에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정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헌법에 반하는 행보를 하면서 지금 이 나라는 상식도 윤리도 없는, 경우도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을 지킬 생각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정 총리는 2020년 2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문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를 하는 등 우국의 심정을 영상으로 토로해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할 방안은 없는가. 박명호 안민정책포럼회장(동국대 정치학과 교수)은 "정치인들이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고 소명을 의식하는 것이 부족하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파악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질"이라고 했다. 작년 4·15 총선 직후 인터뷰한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여당 진보좌파의 독선 위선도 문제지만, 보수 진영의 행태를 더 매섭게 힐난했다. 홍 교수는 "총선 참패는 기득권을 못 내려놓은 보수 코스프레 정치인에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라며 "지금 보수에는 리더십도 전략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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