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융합의 시대, 환경史(Eco-History)가 답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2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융합의 시대, 환경史(Eco-History)가 답이다")
요아힘 라트카우
박혜정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전통적 역사학이 주로 정치, 경제, 문화, 제도 등을 중심으로 서술된다면 환경사는 자연환경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반대로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탐구한다. 인간 중심의 서사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역사적 전환의 또 다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역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써 내려간 역사의 진면목이 바로 환경사 속에 있다.
요아힘 라트카우(1943∼ )는 독일 환경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환경사라는 낯선 길을 가장 먼저 걸어간 개척자다. 독일 뮌스터대학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했고, 함부르크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핵경제(Nuclear Economy) 연구와 목재 연구를 거쳐 환경사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연구 이력을 활용해 정치사회사적 맥락을 넘어 산업, 기술, 에너지까지 포함하는, 좀 더 근원적 차원에서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접근하는 독창적인 경로를 열었다. 방랑자의 시선으로 이제껏 볼 수 없던 역사의 윤곽을 그려낸 '자연과 권력: 환경의 세계사'는 환경사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책은 한 학자가 천착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연구 주제를 다룬 라트카우의 행보를 따라간다. 현대 사회가 원자력 기술을 둘러싸고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선택을 구조화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핵경제 연구, 라트카우가 촉발해 나무와 숲을 환경사의 중심 화두로 만든 목재난 논쟁, 독일제국의 역사를 '신경과민'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한 것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융합이 화두인 시대지만, 정작 우리는 어떻게 융합해야 할지 잘 모른다. 하지만 라트카우는 그 방법을 보여준다. 그는 학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사'라는 새로운 역사학을 일궈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진짜 융합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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