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카슈미르, 끝없는 분쟁 화약고](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202102269061001[1].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카슈미르, 끝없는 분쟁 화약고")
이같은 양국 분쟁의 중심에는 '카슈미르'가 있다. 히말라야 산맥 서부의 산악 지대인 카슈미르는 면적이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고급 의류 소재 '캐시미어'는 이곳에 사는 산양 털로 만든다. 하지만 이 곳은 영토와 민족, 종교와 물까지 얽혀있는 분쟁의 화약고다.
1947년 양국이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할 당시, 카슈미르 왕국은 힌두교도 지배층과 무슬림 다수 주민으로 구성돼 있었다. 무슬림들은 파키스탄 편입을 요구했지만, 통치자는 독립 유지를 원했다. 이후 파키스탄 지지 무장세력이 커지자 지배층은 인도 편입을 결정했다. 이는 곧 양국 간 첫 전쟁(1947~1948) 으로 이어졌다.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카슈미르, 끝없는 분쟁 화약고](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202102269061001[2].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카슈미르, 끝없는 분쟁 화약고")
이 전쟁은 유엔 중재로 일단락됐지만, 카슈미르는 북서부는 파키스탄이, 중부와 남부는 인도가 통치하게 됐다. 이같은 분할은 갈등의 종식이 아닌 시작이었다.
양국은 1965년에도 카슈미르 문제로 전쟁을 벌였고, 1971년에는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독립과 관련해 다시 전쟁을 치렀다. 두 나라는 1972년 '심라 협정'을 통해 1949년에 정한 카슈미르 내 휴전선을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선은 불안정한 경계선에 불과했다. 인도령 카슈미르는 인구 약 700만명 중 7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는 힌두교 중심의 인도 정부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 1989년 무슬림 분리주의자들의 무장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인도 모디 정부는 2019년 8월 잠무·카슈미르주에 부분 자치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담은 헌법 제370조를 폐지했다. 이 조치에 따라 외교·국방 외 폭넓은 자치가 허용됐던 잠무·카슈미르주는 잠무, 카슈미르, 라다크로 분리된 후 연방 직할지로 편입됐다. 그러자 갈등은 더 확대됐다. 대규모 유혈 충돌과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국 간 충돌 배경에는 인더스강을 포함한 6개 지류를 둘러싼 '물 분쟁'도 존재한다. 카슈미르를 흐르는 인더스강은 파키스탄에겐 생명줄이다. 인더스강 물 없이는 농업과 산업의 생존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강의 상류는 인도령에 속해 있다. 양국은 1960년 세계은행 중재로 상류국인 인도가 하류국인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를 막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인더스강 조약'을 체결했다.
여러 차례 전쟁에서도 유지되던 이 조약을 최근 인도가 65년 만에 처음으로 효력 중단했고, 파키스탄은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된 바 있다.
카슈미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휴전은 모래 위에 세운 평화일 뿐이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조치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정치적 결단을 동시에 내려야만 카슈미르에 평화가 찾아온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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