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도 주거난… 현대판 공공임대 `주택구제회`](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12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도 주거난… 현대판 공공임대 `주택구제회`")
집이 없는 가구가 경성부 전체의 65%에 이르러
상당수 청계천 등지에 '토막' 짓고 비바람 피해
세입자들 '차가인 동맹' 집단행동 집세 인하 성공
현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부동산'이다. 그동안 숱하게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주택 가격은 계속 오름세이고, 특히 전월세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어떤 정책을 써도 뾰족한 정답이 없는 실정이다. 사실, 이 같은 주거 난은 요즘 시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 신문기사를 보면 당시 경성의 상황이 오늘날 서울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그 때 어떤 일들이 있어났는지, 오디세이 여행을 떠나본다.
1921년 8월 30일자 조선일보에 '주택난, 경성이 가장 심하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 있다. "총독부는 조선 내 각지의 주택 결핍과 관련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각 도에 명했고 그 상황을 조사 중이다. 보고를 보면, 각 도에 걸쳐 주택이 부족하지만 특히 경성이 가장 심하다. 또 가임금(家賃金, 집세)도 경성이 가장 고율(高率)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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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9월 10일자 동아일보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경성부의 4월 현재 호구조사 결과, 조선인 가구는 4만7927호인데 가옥은 1만6830채 뿐이라 집이 없는 가구가 무려 전체의 65%에 이른다고 나오는데, 총독부의 토지 정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게 되었고, 따라서 집이 크게 부족해졌고 집세도 하늘 모르게 치솟게 됐다."
조선 500년 동안 한양의 인구는 대략 20만 명 안팎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가 되자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20년대 들어 지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경성 인구는 25여만 명으로 불어났고 1930년대에 이르자 70여만 명이 됐으며 1940년대가 되자 100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집 없는 사람들은 집세를 지불하고 차가(借家, 집을 빌리는 것)하거나 방 한두 칸을 빌려 간차(間借, 셋방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나마 이런 방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빈곤층은 청계천 등지에 '토막'(土幕)을 짓고 비바람을 피해야 했다. 지금 서울의 신당동, 창신동, 도화동 등지는 당시 토막촌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이 시대에는 주택 임대 방식도 전세에서 월세로 대거 전환됐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임차 기간이 긴 전세는 불리했다. 따라서 월세가 선호되기 시작됐다. 일본의 월세 관행이 조선에 유입된 탓도 적지 않았다. 집값 상승은 전월세 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서민들은 비싼 집세에 허덕거렸다.
1939년 7월 26일자 매일신보에는 '주택난으로 수입의 절반이 집세로 나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최근 경기도의 도청 직원 주택조사에서 드러난 숫자는 월급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큰 과제를 제출하는 동시에 주택 난에 월급생활자들이 얼마나 쪼들리고 있는가를 여실히 말하고 있다. 도청 직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주택 소유 혹은 임차 현황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인 200여 명이 셋집에 들어있고, 셋집에 든 사람 중 거의 대부분이 월 수입의 3~5할이라는 돈을 집세로 내어 생활이 집세에 얽매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그 외에 값싼 셋집에 들어있다고 하는 사람도 월 수입의 1~2할을 집세로 내고 있다고 한다."
집 주인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세입자들도 저항에 나섰다. 집세 인하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1929년 11월 18일자 조선일보에는 평양의 회사원 등 월급쟁이들이 '차가인(借家人) 동맹'을 결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 운동은 순식간에 경성, 원산 등 전국적으로 번졌다. 원산의 경우 집주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닌 끝에 집세를 4~5할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서민을 괴롭히는 것은 집값뿐만이 아니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바로 그것이었다. 집값이 오르면서 중개수수료도 따라서 오르면서 부담은 가중됐다. 요즘 집값이 올라 중개수수료가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100년 전에도 있었다고 하니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생 팍팍한' 기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유지들이 힘을 모아 집을 지어 서민들에게 빌려주는 사례가 눈에 띈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별별가지 난처한 일과 괴로운 일이 오직 많으리요만은, 해는 저물고 바람은 찬데 잘 곳이 없어서 처자의 손목을 이끌고 노상에서 방황하는 고초보다 더한 설움은 다시 없을 것이다. (중략) 이에 고양군 부호 김주용(金周容)과 고윤묵(高允默), 시내에서도 박영효(朴泳孝)·이재극(李載克)·민영찬(閔泳瓚)·김종한(金宗漢)·예종석(芮宗錫)·지석영(池錫永) 등 90여 명 유지의 발기로 금전을 수합(收合)하여 경성 시내에다 대개 방 두 칸, 부엌 한 칸, 마루 한 칸 가량의 작은 규모로 집을 많이 지어 놓고 집이 없어 갈 바를 모르는 빈민에게 상당한 조건하에 얼마동안씩 무료로 빌려주어 생활을 안정시켜줄 생각이라 한다." (1921년 4월 22일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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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구제회는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드디어 발기인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1921년 5월 5일자 매일신보에 그 내용이 담겨있다. "경성주택구제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경성부 수송동 각황사(覺皇寺)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회장에 박영효(朴泳孝) 후작, 부회장에 유문환, 이사에 이규환·지석영·서광전·신용하, 통상이사에 김교성 외 10명을 선출하였더라."
각황사는 1910년 조선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에게 의해 창건된 절이다. 정식 명칭은 조선불교 중앙포교당 각황사다. 근대 한국불교의 총본산이자 한국불교 최초의 포교당으로 일제 강점기 들어 사대문 안에 최초로 자리 잡은 절이었다. 후에 각황사는 조계사(曹溪寺)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주거난은 '웬수'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이라고 말했다. '적음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라'는 뜻이다. 공자의 말에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스스로 나누는 정신이 발휘된다면 얽히고 설켜있는 주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100년 전 주택구제회를 만들었던 우리 조상이 그랬듯이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문제는 순리대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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