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정책포럼 조찬세미나서 주제발표
"본질 벗어난 활동 친정부조직 등 오명
시민사회가 민주주의 위협으로 등장
대한민국을 양극화 상황으로 몰아가"
"본질 벗어난 활동 친정부조직 등 오명
시민사회가 민주주의 위협으로 등장
대한민국을 양극화 상황으로 몰아가"
안민정책포럼 제공
한국의 시민사회와 시민단체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 행위를 하거나 권력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발판으로서 변질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23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병원)이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와 시민사회의 정치화'란 주제발표를 통해 21대 총선을 계기로 시민운동이 정당활동으로 변질되었고, 그래서 비정부기구라는 의미의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가 차기정부조직(Next Governmental Organization) 또는 친정부조직(Near Governmental Organization)이 되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 교수는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 정당학회장, 경실련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각종 미디어에서 선거 및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현실정치 분석의 전문학자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는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걸 정지시키고 제대로 복원 발전하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는 최장집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한때 민주화 주도세력이었던 시민사회와 시민단체가 민주주의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한국이 1974년부터 2012년 사이에 민주화된 제3의 민주화 물결에 포함된 91개 국가 중 단 8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어 2위"라고 평가한 해외 석학의 분석을 소개하며 한국민주화에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이 있었음을 긍정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이 '21세기는 시민사회의 세기라는 전지구적 현상으로 결사체 민주주의 시대의 완성'이라고 말한 대로 한국도 1987년을 한국시민사회 대두의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21대 총선을 계기로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선거 경쟁에 나서고 이들이 대거 국회의원으로 선출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정치화가 노골화되어 시민활동과 정당활동의 구별이 무색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선을 무너뜨림으로써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상실했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양극화된 대립상황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이와함께 민주적 규범의 내재화와 실천의 실패로 인한 시민사회의 권위주의가 대두되었다고 강조했다.
안민정책포험은 매주 금요일 마다 시대적 이슈와 사회 각 분야 이슈를 발굴해 조찬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다.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은행연합회장과 경영자총협회장을 역임한 박병원 경총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박명호 교수의 강연요지다.
"한국은 1974년부터 2012년 사이에 민주화된 제3의 민주화 물결에 포함된 91개 국가 중 단 8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이며 23개(25%) 국가가 민주화 또는 민주적 진화(democratic advance)를 이루었고, 이중 8개(8.8.%)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했는데,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어 2위라는 평가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우리나라 정치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성취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1987년 이전 한국의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를) 탈(脫)동원화, 탈(脫)조직화 하려는 국가에 의한 시장 권위주의적 통제의 대상이었지만, 21세기는 시민사회의 세기라는 전(全)지구적 현상으로 결사체 민주주의 시대완성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2000년대 초까지 시민사회 전성시대를 맞이한다.
한국정치에서 정책입안과 집행 등의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 없는 정책결정은 거론하기 힘들 정도였고 2004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은 시민단체가 선정되기에 이른다. 노무현 정권-시민사회 연대론까지 등장하며 2002, 2006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부터 시민사회단체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하며, '권력의 핵심축(軸)'으로 자리매김한다.
시민사회는 원론적으로 공공정신(public spirit)과 공적덕성을 가진 시민들의 공동체로 민주주의를 악한 권력을 감시하고 감독하며 견제하기 위한 권력분립의 의심 시스템이라 할 때 민주주의 수호와 증진 그리고 시민사회는 긴장관계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투명성, 민주성, 전문성, 자발성, 비(非)당파성, 비(非)영리성 등을 바탕으로 공익추구의 정체성과 권력비판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늘 한국의 시민사회는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걸 정지시키고 제대로 복원·발전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내느냐란 새로운 문제이 직면한다.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대가 됐다는 민주화 주도세력의 민주주의 위협이라는 아이러니다. 민주주의 위기론을 시민사회와 관련하여 보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 행위인가? 아니면 권력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발판인가의 문제다.
21대 총선은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선거 경쟁에 나서고 이들이 대거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선거, 역대 최다의 시민사회 출신이 국회에 진출, 시민운동이 곧 정당이고, 정당이 곧 시민운동이었고, NGO가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차기정부조직(Next Governmental Organization) 또는 친정부조직(Near Governmental Organization)이 되었다는 말이다.
인사의 정치화, 정책의 정치화 그리고 행태의 정치화를 통한 시민사회의 정치화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시민사회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양극화된 대립상황으로 선도하는 동원역할에 머물며 한국 시민사회의 공론장은 이미 정파적 권력관계의 하위단위이자 범주로 통합되어 자율적이며 독립적이지 못하다. 이에 따라 정치화되어 패권적 지위에 오른 시민사회는 권력화되었고 시민사회, 시민사회단체 또는 시민운동의 권위주의화로 이어지며 결국 "민주적 규범의 내재화와 실천의 실패는 상호인정과 존중 그리고 권력의 절제를 어렵게 만들고 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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