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프로세싱·SFR 기술은
사업중단땐 경쟁국에 주도권 뺏겨
재개해도 실증로 건설 포함안돼
반쪽짜리 기술로 전락 가능성도
사업중단땐 경쟁국에 주도권 뺏겨
재개해도 실증로 건설 포함안돼
반쪽짜리 기술로 전락 가능성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처분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땅이 작은 나라에서 원전을 가동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땅에 직접 매립해 영구 처분하려면 지하 500m 깊이의 심부 지층에 묻은 후, 방사성이 노출되지 않도록 차폐체까지 건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넓은 면적과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기술은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20분의 1, 방사능을 1000분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기술 확보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 왔다. 그럼에도 탈원전 단체들은 두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연구개발(R&D) 사업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에 성공한 미국 국립아르곤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관련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원자력연은 공학적 규모에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시설(PRIDE)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우리나라가 만약 정부의 사업 중단 결정으로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연구개발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러시아나 인도, 중국 등 경쟁국가에 기술 주도권을 뺏길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국내 원전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량이 늘어나면서 이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져 처분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또한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에 실증로 건설을 포함하지 않아, '반쪽짜리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계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기술 개발이 중단되면 매립 방식으로 처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계 전문가는 "탈원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사업 재추진에 대한 결정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차일피일 미룰 공산이 크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사업 지속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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