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주한외국기업들이 한국의 노사관계가 일본 수준으로 개선되면 투자규모를 23.4% 늘릴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함에 따라 기업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주한외국기업들 중 종업원 수 100인 이상인 901개 기업을 대상(138개사 응답)으로 '주한외국기업 노사관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주한외국기업이 일본 수준으로 노사관계 개선 시 늘리겠다는 투자규모 23.4%는 전체 응답 항목 0% 미만~30% 이상 전체 8개 중 상위 6번째에 속한다. 작년 141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 따르면 노사관계에서 일본은 5위, 한국 130위다. 주한외국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경쟁력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독일은 118.2, 미국은 115.8, 일본은 107.7, 중국은 91.1로 평가했다. 주요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노사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우위였다.
주한외국기업 절반 이상인 54.3%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외국인투자유치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이는 긍정적이라고 보는 기업(16.7%)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경영활동 중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 전환배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37.7%)이 가장 많았고, 노조의 경영개입 등 과도한 요구(26.8%), 경직적 임금체계(16.7%), 노동관련 제도·정책의 일관성 부족(15.9%) 등의 순이었다.
주한외국기업들은 한국 노조가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노조활동(46.4%)과 상급 노동단체와 연계한 정치적 파업(30.4%)을 꼽았다. 이 외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파업(10.9%), 노조의 불법 행동을 용인하는 관행(8.7%)을 지적했다.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먼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간 대화창구 강화(29.0%), 노조의 투쟁일변도 의식 개혁(26.8%), 노사관련 법·제도 정비(24.7%), 경영자의 노조에 대한 인식변화(12.3%)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으로는 협력적인 노사문화 구축(34.1%)을 가장 많이 주문했다.
추광호한경연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며 "정부가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 간 대화 창구를 강화하고, 주한외국기업들의 노사애로 해소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