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불과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앞선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태양광 모듈 5억개 설치를 포함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부터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10년 '뚝심경영'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2만5950원으로, 불과 한 달 전인 6월 24일(1만9450원)과 비교해 33%나 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27일∼7월15일)간 전국 9개 여론조사 평균에서 바이든(49.3%)은 트럼프(40.7%)를 8.6%포인트 앞서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공동 대선공약 초안을 발표했다. 이 공약에는 미국 전역에 태양광 모듈 5억개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주력 시장이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패널 매출의 25~30%가 미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브랜드 한화큐셀의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이 25.2%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도 13.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만약 태양광 모듈 5억개 설치 공약이 이행될 경우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매출은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어 한화솔루션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량 제로(0)' 전략 등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태양광 사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그룹은 세계경제 침체와 중국의 공세에 따른 시황 악화 등 여러 악재에도 10년간 태양광 사업 육성 의지를 접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육성 의지를 밝히며 2010년을 전후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았다. OCI를 비롯해 당시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그리고 복수의 LG 계열사까지 국내 주요 기업들이 다수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의 '치킨게임'에 국내 태양광사업은 구조조정 수순을 밟았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대다수의 기업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한화솔루션과 OCI, LG전자 정도다. 이중 LG전자는 태양광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사장 주도로 태양광 사업을 전개해왔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동관 부사장은 지난 10여년간 인수합병(M&A), 대형계약 수주 등으로 그룹 태양광 사업의 몸집을 불려왔다.
그 결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평가를 받던 태양광 사업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점 등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올 2분기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듈 출하량 및 판가 하락으로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태양광 업황 불확실성은 단기적 영향에 그칠 전망"이라며 "글로벌 태양광 설치 수요는 기존 전망(120~130Gw)이 유지되겠다. 이는 국가별 신재생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수요 지지 효과"라고 설명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