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영업점 소통 '미래금융디자인부' 신설
제로베이스 혁신 복장 자율화 전면 시행
고객신뢰 회복 앞장, DLF 자율배상·키코 배상 수용
[디지털타임스 이미정 기자]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다음달 1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코로나19 사태 영향에 따른 수익성 방어와 고객의 신뢰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권 행장은 취임 후 사흘 만에 본점과 영업 현장 간 상시 소통이 가능한 미래금융디자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은행 내부에 자율적인 문화를 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장 자율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연소 시중은행장 취임…'제로베이스 혁신' 강조=25일 업계에 따르면 권 행장은 다음달 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1963년생인 권 행장은 지난 3월 24일 최연소 시중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권 행장은 취임 당일 별도의 취임식 없이 행내 방송으로 대신하고, 첫 업무로 코로나19 관련 대고객 지원 현황 등을 점검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와 임원진 회의 등을 전 직원에게 공개해 은행의 주요 현안에 대해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있다.
특히 6월부터는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시행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며, 작은 변화를 통해 조직 전체의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권 행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개선하자는 취지의 '제로베이스 혁신'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 3월 취임사에서는 올해 3대 경영방침으로 △영업문화 혁신 △조직 안정 △고객신뢰 회복 등을 제시하며 창의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권 행장은 평소 자신의 좌우명으로 '자중자애(自重自愛)'를 강조해왔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라는 의미인 자중자애를 말하는 권 행장의 마음은 비단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동료, 더 나아가 고객들까지 아우른다.
지난 1988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행원에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은행에 몸담으며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고객수익률 지표, 금융소비자보호 지표와 같은 고객 지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과평가제도(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고, 직원 역량 강화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내부 정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은행장 직속으로 미래금융디자인부를 신설하고, 영업 현장의 의견을 모아 혁신과제를 도출하며 추진하고 있다.
권 행장은 "과거의 틀과 관행은 모두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좋은 은행을 물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자"라는 말을 취임 이후 권 행장이 직원들에게 한결같이 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권 행장은 저금리 기조로 수익구조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전문인력을 파견하고 서울 300여개 영업점에 서울신용재단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여신 만기연장 및 이자납입유예,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권 행장은 취임 당일 "은행은 실적이나 KPI 보다는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고객들이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고객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매일 본점 방역과 청결 유지에 애쓰고 있는 본점 미화원 50여명에게 꽃다발과 간식을 직접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권 행장은 "화훼농가 지원뿐만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자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하루빨리 소상공인 여러분이 꽃처럼 활짝 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은행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 손실을 가져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사태로 인한 은행의 신뢰도 회복은 권 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우리은행은 DLF 사태로 부과받은 경영진 중징계와 과태료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객과 관련된 배상 관련 절차는 차질없이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의 DLF 자율배상은 95% 가까이 완료된 상황이다. 라임 펀드와 관련해서도 50% 수준의 선지급을 결정했고,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한 금융감독원 배상 권고도 은행권 내에서 유일하게 수용했다. 이달부터 불완전판매 시 투자 원금을 전액 돌려주는 리콜제도 전 영업점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리콜 서비스는 권 행장께서 은행 내 소비자 보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 중 하나"라며 "현 행장의 고객 보호 의지가 각별한 만큼 신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