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글 쓸 때도 어깨 힘을 빼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03021022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글 쓸 때도 어깨 힘을 빼라")
어느 노 언론인의 작문노트
다쓰노 가즈오 지음/윤은혜 옮김/지식노마드 펴냄
좋은 글은 진심이 배어있는 글이라고 한다.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미사여구로 음식 평을 써도 어딘가 어색하고 빈 구석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치인들의 글도 마찬가지다. 교양이 묻어나는 단어, 고매한 표현, 나무랄 데 없는 현실 파악이 담겨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척하기'로 도배된 정치인의 글은 '죽은 글'이다. 책은 아사히신문 1면 칼럼 '천성인어'(天聲人語)를 13년간 써온 노 언론인의 문장론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글 잘 쓰는 비법은 진심을 담는 것이다. 잘 썼지만 마음을 얼리는 글이 있는 반면, 못 썼지만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진심이다. 저자는 "고향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그리워 죽겠다고 쓰지 마라. 권력을 좇고 남을 음해하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척하는 문장을 쓴들 정체는 곧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데에 기술적 숙달을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우선 편지든 일기든 뭐든지 쓰라고 한다. 먼저 쓰고 볼 일이다. 이때 드라이버샷처럼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그리고 현장을 활용해야 한다. 지하철이든 산길이든 시장바닥이든 벗과의 대화든 현장은 절대 바닥나지 않으며 문장의 곳간이라는 것.
마음으로 쓴다고 해서 언어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마음으로 쓰는 글일수록 머리와 손과의 조화는 필수다. 마음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 적절한 비유가 필요할 수도 있고 상투어가 아닌 뜻밖의 단어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탁월한 언어적 유희를 끌어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모국어의 특성과 문장 형태를 공부하고 언어 고유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데 부지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과 머리와 손이 하나가 될 때 상대 마음에 명중하는 문장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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