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흔들기'의 불똥이 중화권 대표 반도체 업체인 대만 TSMC까지 튀면서 삼성전자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제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이하 카운터포인트)는 최근 'TSMC 화웨이 판매 중단, 삼성 파운드리에 기회 될까'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TSMC가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TSMC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TSMC가 대만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고, 주요 장비를 대부분 미국 업체에게 받는 만큼 제재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2019년도 미국의 상위 3개 반도체 설비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4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다른 선두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역시 미국 시장에 상장이 되어있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자설계자동화(EDA)시장의 상위 3개 업체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새로운 칩 설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현재 스마트폰 용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5G 기지국용 칩,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컴퓨터용 칩 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TSMC에 맡기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제재에 12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TSMC에게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이번 제재가 TSMC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브래드 왕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TSMC가 핵심 고객인 화웨이를 잃게 되면서 TSMC는 향후 3나노(㎚), 2나노 등 신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신규 프로세스의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애플, AMD, 화웨이, 퀄컴과 같은 대기업만이 초기 개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제제로 화웨이의 주요 사업군인 스마트폰, 5G기지국, 클라우드 사업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요 반도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화웨이 제재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단기적으로 삼성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TSMC를 제외하고는 7나노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 역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양쪽에서 지속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혜를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TSMC가 화웨이와 결별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면서도, 삼성 역시 화웨이 물량을 전량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스마트폰·5G 시장에서 경쟁하던 화웨이인 만큼 삼성 반도체를 거의 쓰지 않았고, 삼성전자가 이를 수용할 경우 역시 미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1위 아성이 흔들리는 것은 추격자인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압박을 받는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10년 뒤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해서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포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