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쿠팡도, G마켓도 아닌 '네이버'다. 이미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에 준하는 것으로 예상한다.
26일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네이버의 추정 결제액은 5조83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조5000억원 이상이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 스토어의 결제액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쿠팡의 추정 결제액은 4조8300억원, 이베이코리아는 4조2300억원, 11번가는 2조5600억원이었다. 이미 업계 수위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문제는 이커머스가 네이버를 온전히 '경쟁자'로만 대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네이버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로 접속하는 '아웃링크' 고객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의 경우 전체 접속자의 20~30%가량이 네이버의 가격 검색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웃링크 유입이 50%에 육박한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 네이버 쇼핑이 취급하는 G마켓과 11번가의 제품 수만 5000만~7000만개에 달한다. 네이버 없이는 장사가 불가능하다는 투정이 엄살이 아닌 까닭이다.
앞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3년 제휴 수수료를 놓고 네이버와 갈등을 빚은 끝에 쇼핑 제휴를 종료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6개월여만에 상품 공급을 재개했다. 쿠팡 역시 지난 2016년말 제휴를 종료했지만 2년여 만에 네이버와 다시 손을 잡았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기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자랑하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보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한 상품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G마켓에서 정가 9만9000원에 판매하는 A샌들의 경우 기본 할인과 스마일클럽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할인 쿠폰을 모두 사용하면 9만6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네이버 가격검색을 통해 판매자가 제공하는 쿠폰을 사용하면 추가 할인 쿠폰 없이도 8만568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연 3만5000원을 내고 G마켓만을 이용하는 '충성 고객'보다 네이버를 통해 그때그때 저렴한 곳을 찾는 '체리피커'가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위메프나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 이커머스도 이런 경우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격 정책을 플랫폼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입점한 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가격 순으로 리스트를 보여 주는 네이버 가격 검색에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품이 네이버에서 더 저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앱에 직접 접속해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는 체리피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일부 이커머스의 정책 때문"이라며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다음달부터 선보이는 멤버십 서비스도 고민거리다. 자사몰에서만 혜택이 제공되는 이커머스들의 멤버십과 달리 네이버의 멤버십은 쇼핑과 예약, 웹툰 등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결제액의 5%를 돌려준다. 쿠팡과 티몬 등이 제공하는 페이백 혜택이 1~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상품 물량과 할인 공세만으로는 네이버 앞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