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美 현지공장 추진
美 정부, 삼성전자 압박도 임박
보호무역에 반도체코리아 흔들
美 정부, 삼성전자 압박도 임박
보호무역에 반도체코리아 흔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미·중국 간 신경전이 반도체로 번지고 있다. 양국 모두 '반도체 자급화'를 앞세우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 나라 사이에 끼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부의 지원 또는 압박으로 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대만 TSMC가 결국 현지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어지던 미국의 대 중국 압박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반도체 거래업체 톱5 목록에서 화웨이가 사라지는 등 보호무역에 따른 지형 변화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반덤핑 압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 세탁기 공장을 신설한 적이 있지만, 반도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첨단 라인 신설에만 수조원의 투자가 들어가고, 주요 고객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지도 신경꺼야 한다.
일부에서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줄어들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자국이기주의가 반도체에 대한 무관세 협정까지 건드릴 경우 수출 비중이 90% 이상인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美에 반도체공장 짓는 TSMC…삼성전자는?= 1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인텔과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 방안을 협상 중이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의 확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TSMC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제재 방침에 따르면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TSMC가 화웨이만큼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퀄컴이나 애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의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 수준에서 지난해 14%까지 늘었고, 이 밖에도 대부분의 중화권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파운드리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아울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미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게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대하도록 돕는 방안에도 미국 관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현지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미국 내 공장 신설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웨이 등 중화권 비중이 높은 TSMC가 미국 투자를 결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국 정부의 압박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압박에 삼성 주요 거래명단서 사라진 '화웨이'=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은 이미 삼성전자 실적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018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 5곳 명단에서 빠졌다.
이는 코로나19에 미국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 수입량이 줄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1·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 줄어든 4900만대에 그쳤다.
여기에 미국이 추가 압박을 가하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에 더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중국 내에도 SMIC라는 파운드리 업체가 있지만, 14나노 공정이 주력이라 5나노대까지 진입 중인 삼성전자와 TSMC와 비해 경쟁력이 많이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 중국 제재가 본격화 하면 화웨이와 TSMC의 매출에 악영향이 올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파운드리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그러나 주요 메모리반도체 수출처인 중국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위축되면 삼성전자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별도 기준으로 1분기 삼성전자의 대중국 수출은 9조8371억원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반도체가 차지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까지 줄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전세계에서 무역 장벽이 없지만, 미국의 이 같은 우회적인 반도체 압박이 다른 나라까지 확산할 경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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