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렸지만, 미국에 쏠린 수출 의존도는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압박에 현지 공장 생산을 늘리며 대응해왔지만, 국내 수출 물량들 역시 꾸준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관세폭탄' 현실화 시 미국공장만으로는 국내 공장분을 만회하기 힘들어 뾰족한 수가 없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 차가 없어 못 파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9월까지 미국공장에서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5%, 13.23% 증가한 25만2100대, 20만2000대의 차량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대차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미국공장 생산이 전년 대비 늘어난다. 기아차의 경우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현대차 미국공장은 2013년 39만9500대를 생산하며 100% 이상 가동률을 보여 왔지만, 작년까지 5년째 내리막을 걸었다. 작년은 37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32만2500대를 생산해 가동률 87.16%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2015년 미국공장 생산량이 37만100대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작년까지 2년 연속 내리막이다. 기아차 미국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4만대다. 작년에는 23만9700대를 생산해 가동률이 70.5%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2배가량 늘린다. 설비 투자를 통해 신차 투입을 준비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는 작년 2869억원이었던 미국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 5866억원까지 늘린다. 기아차 역시 미국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 규모를 작년 1144억원에서 올해 2085억원까지 확대한다.
하지만 국내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미국공장에서 감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9월까지 국산차 업체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한 177만6918대다. 이 중 미국이 63만1181대로, 35.52%를 차지한다. 미국 수출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9% 증가해 전체 수출 물량 증가세를 훨씬 웃돈다.
현재 국내공장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업체는 현대·기아차를 비롯,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등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올 들어 9월까지 수출이 각각 7.37%, 36.56% 감소한 만큼 현대·기아차가 미국 수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수출의 미국 의존도가 심화했다는 점이다.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 비중(35.52%)은 작년 같은 기간(31.79%)보다 4%P(포인트) 올랐다. 작년 연간 비중(33.11%)도 이미 넘어선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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