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韓日 싸움에 웃고 있는 中](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25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韓日 싸움에 웃고 있는 中")
정치적인 면에서 따져보면 한일 싸움은 중국을 이롭게 한다.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서로의 동맹국인 미국이 이를 중재해 왔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것도 미국의 뒷받침이 컸다. 그 뒤에도 미국의 역대 정권들은 한일 갈등이 생기면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2017년 이후 이런 전통적인 기조가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선언했 듯 아시아 두 동맹국을 위해 땀까지 흘릴 수 있는 정권은 아닌 듯 싶다.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한일이 다투면 다툴수록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에는 균열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 동맹 약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은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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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일 무역전쟁은 중국의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산업구조가 사슬로 얽혀 있어 한국의 피해가 중국에 전가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체품을 찾는 한국의 중요한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에 탄력을 붙이겠지만 여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이번에 일본이 규제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각각 91.9%, 43.9%, 93.7%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2019년 1~5월 누계치다. 확실히 두 품목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중국산이 46.3%로 일본을 웃돌고 있다. 대만산도 9.7%다. 즉, '일제(日製)가 전부'는 아닌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은근히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산둥(山東)성에 있는 빈화(濱化)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로부터 불화수소 주문을 받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빈화그룹과 계약한 한국 회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러 차례 샘플 테스트와 일부 실험을 마친 뒤 정식으로 협력관계를 맺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중저급 반도체 소재를 주로 공급해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높일 적절한 시점이다.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돕는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제약을 받을 때 중국이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중국이 유일한 수혜자가 될 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양국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반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양국이 중화권에 편입되는 길을 앞당기는 행위다. 중국의 고사성어 어부지리(漁父之利)는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섣부른 제재가 시진핑을 기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베가 깨닫고나 있을지 궁금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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