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 협약을 맺은 델타항공을 '백기사'로 확보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한 데 이어 10%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에서 수월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KCGI는 델타항공의 결정을 환영하며 한진그룹 개선에 동참해달라면서도 별도 이면 합의 등 위법사항을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약혼자' 등에 업은 조원태…델타항공 한진 백기사로 = 델타항공은 21일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주식 지분을 4.3% 매입한 데 이어 10%까지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입에 대해 회사 측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성공과 소비자 편의 향상, 시장 지배력 강화,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기회 확보에 대한 델타항공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의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 델타항공이 매입한 한진칼 지분을 바탕으로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7년 3월 조인트벤처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협정을 체결했다. 조인트벤처는 2개 항공사가 아예 처음부터 영업을 함께 하고 수익을 공동 배분하는 방식이다. 항공기 공동운항을 의미하는 '코드쉐어' 보다 강력한 항공사간 파트너십으로, 최상위 단계의 협업으로 사실상 '약혼'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조인트벤처는 스카이팀의 창설 멤버로서 20년 가까이 맺어온 긴밀한 제휴관계를 기반으로 성사됐다.
◇수세 몰린 KCGI, 델타 지분 매입 '환영'…"공조하자" = 같은 날 KCGI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1위 항공사의 투자 참여로 한진그룹의 가치가 더욱 증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진그룹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들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에 있다"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한진그룹 '백기사'설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KCGI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