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DT현장] 4차 산업혁명의 敵](http://contents.dt.co.kr/images/201903/2019031902102269781001[1].jpg "[DT현장] 4차 산업혁명의 敵")
왜 알리바바를 주목하고 있는지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알리바바의 분기 매출은 19조5000억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브랜드연구소(EBI)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는 알리바가(14위)가 삼성전자(16위)보다 위다.
5억명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가 알리바바의 힘의 원천이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경우 작년 4분기(회계년도 기준 3분기) 실적을 보면, 핵심분야인 전자상거래 매출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41%가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는 것이 민망하지만 시장 예상치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클라우드컴퓨팅 부문의 매출은 84%나 증가하면서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알리바바에 대해 이처럼 긴 설명을 한 이유는 중국의 '큰 그림'과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순위를 보면, 매출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1995년 중국 회사는 단 3개뿐이었다. 그러나 2005년 16개로 늘었고, 2014년 무려 95개로 불어났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이들 기업 대부분은 창업한 지 평균 15년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신사업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2014년에 세계 최초의 데이터 거래소 '구이양 빅데이터 거래소'를 만들며 데이터 활용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국은 빅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2020년 2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빅데이터량이 세계 총량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의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률은 2016년 5.8%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 달리 당장의 수익 창출에 급급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규제 탓이 더 크다. 차량공유 사업 관련 갈등과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원격의료, 인터넷 은행과 같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해집단 간 갈등에 눈치를 보는 정부,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정치권 등의 삼박자가 4차 산업혁명 혁신을 막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과 인재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실리콘벨리와 이스라엘 등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역으로 혁신 스타트업이 성장할 토양 자체가 없는 국내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제2 벤처 붐을 위해 4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긴 했지만, 바이오 등 일부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 투자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동안 VC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신규투자 규모는 211억원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해 58% 수준에 불과하다. 분식회계를 둘러싼 삼성바이오·금융당국 간 법정공방으로 바이오의약품 벤처에 대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입맛에 맞는 업체를 골라 신청을 제안한다는 소문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소위 '짝퉁' 제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폄하하지만, 실제로는 '눈가리고 아웅'이다. 세계는 이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아닌 미국과 세계 경제의 자웅을 겨루고 있는 중국의 혁신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총성 없는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혁신 기술 뿐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 등 IT 제조업의 경쟁력이 남아있을 때, 우리 역시 민관이 규제혁신에 힘을 모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