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과 기초연구과제 공동기획·평가에 주력
R&D사업 '이어달리기'방식으로 통합효과 낼 것
규제로 막혔던 실증사업은 '샌드박스' 적극 활용
AI대학원 3곳 선정해 2028년 1200명 양성할 것
R&D사업 '이어달리기'방식으로 통합효과 낼 것
규제로 막혔던 실증사업은 '샌드박스' 적극 활용
AI대학원 3곳 선정해 2028년 1200명 양성할 것
데스크가 간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대담 =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 팀장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019년에 '새 출발'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해가 될 전망이다. 1999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으로 출범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014년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부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로 재 출범했다 올초 한국연구재단 부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으로 새로 틀을 갖췄다.
지난해 초 취임 후 1년간 기관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해 온 석제범 원장은 "더 높아진 위상과 권한에 맞게 조직 전체가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면서 "혁신성장과 미래인재 양성 두 축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석 원장은 "올해 새로 세우는 혁신적 SW 교육기관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준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중요성과 관심이 큰 사업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서 하반기 학생 모집을 끝내고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기관 명칭에서 '기획'과 '평가'란 단어가 두드러진다. '원'으로 격상되면서 역할과 위상이 더 커졌는데.
"센터에서 원이란 이름을 갖게 됐으니 기관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게 사실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외부 평가를 받았으니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 이 분야를 아는 이들은 상관없는데 잘 모르는 이들은 센터라고 하면 어느 기관의 부서단위 조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서, 그동안 대외협력과 소통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른 기관장을 만나 센터장이라고 소개하면 급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함을 주면 어느 원의 부서냐고 묻기도 했다. 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적합한 명칭을 갖게 돼 기관 분위기가 고무돼 있다."
-기관 역할에 대한 내부 각오를 다지는 계기도 됐을 것 같다.
"연초 직원들과 업무조회를 하면서 그동안 일을 잘 해서 기관 기능을 분명히 드러내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명칭 변화에 따른 책임도 더 커진 만큼 우리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야 옳은 결정이었다는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모든 권한과 위상에는 그에 따른 책임감과 사명감이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이름의 무게에 맞게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연구재단과는 부설기관 형태로 통합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부설기관이다 보니 예산과 일반 업무, 조직운영은 독자적으로 하게 된다. 다만 이번 기관 통합이 정부 전체적으로 추진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효율화 방침 하에 이뤄진 만큼 과학기술 분야와 ICT 분야간 R&D를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연초에 대전 연구재단에 가서 인사도 나눴다. 구체적으로 R&D 사업에서 통합 효과를 만들기 위해 올해 시범적으로 '이어달리기'라는 이름의 두개 과제를 하고, 앞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연구재단에서 수행된 ICT 기초연구 중 성과가 우수한 과제를 선정해서 개발·상용화를 지원하는 식이다. 대상 과제를 선정한 데 이어 조만간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R&D(연구개발) 기획·평가 관련해서도 공조 계획이 있는지.
"R&D 기획·평가 전반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 연구재단은 기초연구, 우리는 사회문제 해결형 ICT R&D를 많이 해온 만큼, 이와 관련해 연구과제를 공동 기획하거나 평가위원 풀을 공동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범부처 차원에서 연구관리시스템 통합작업이 추진된다. 통합작업에 협조하는 한편 업무양식 등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표준화할 계획이다."
-새 명칭에 맞는 역할 강화 계획이 궁금하다.
"기획기능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2월 중 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 대규모 개편을 한 만큼 폭은 더 작게 할 생각이다. 작년부터 진행해온 평가체계 고도화·개선작업도 추진안을 만들어 과기정통부와 협의 중이다. 그동안 우리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평가체계가 공정성과 전문성 중 대부분 공정성에 방점을 둬 왔는데 이를 손질하는 게 골자다. 공정성 때문에 평가위원 선정 시 전문가들을 배제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전문가들이 평가위원의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다."
-전문성 뿐만 아니라 공정성 확보도 중요한 항목이다.
"그동안 정부와 각 연구관리기관이 많이 노력해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 부임 후 1년간 살펴보고 직원들에게 '내가 원하는 사람을 선정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느냐'고 유도질문도 해 봤지만 단칼에 자르는 걸 보고 확신이 섰다. 지금은 과제 신청자와 같은 대학 소속은 평가위원으로 못 두는 등 제한이 많은데 여러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작년부터 과기정통부와 중간평가 면제, 고위험 도전형 과제의 경우 성실하게 연구를 수행했으면 실패를 용인하는 룰을 적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이와 함께 연구지원 서비스 기관으로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작년부터 집중해온 사회문제 해결형 R&D 성과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연결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기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IITP의 역할과 방향성이 궁금하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R&D 기획·평가와 인력양성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D와 관련해서는 고위험 도전형 R&D를 확대해 핵심 기술이 축적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ICT R&D 주요 영역이 지능형반도체,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블록체인, 스마트시티인데 이들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대와 사업수행 방식 개선이 중요하다. 핵심 기술을 축적하려면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전문연구실을 지정해 10년간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과제들은 길어야 3년, 5년이다.작년부터 시작했고 올해 더 확대한다. 이들 분야에서 경쟁형 R&D도 강화하려 한다."
-목표를 주고 다양한 해법을 찾는 경쟁형 R&D에 대한 관심이 높다. IITP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재작년과 지난해에 AI 챌린지 대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가짜뉴스 찾기와 합성사진 찾기 주제로 대회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팀이 지원하고 반응과 평가가 좋았다. 우리가 해보지 않은 R&D 방식이어서 처음엔 흥행에 대해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올해는 더 확대해서 SW뿐만 아니라 SW와 HW를 결합해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정하려 한다. 실제 AI를 활용해서 HW까지 작동시키는 것이다. 응용분야는 재난대응 영역으로 잡았다. AI와 로봇·드론 등을 활용해 재난상황에 대응하는 기술을 공모 방식으로 개발하게 된다. 일반 R&D 과제도 경쟁방식을 작년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 확대하려 한다. 문제만 제시하면 R&D 내용이나 방법은 연구자가 제안하도록 한 후 복수로 연구팀을 선정하는 식이다. 이후 연구결과를 중간평가해 미진한 팀은 탈락시키고 우수한 팀은 계속 지원한다."
-시대흐름과 기술발전에 따라 정부·공공R&D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어떤 기술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정확하게 예측하고 개발방향을 제시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우리 같은 전문기관이 기술예측과 로드맵 수립, R&D 기획기능을 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진다. 정부가 어떤 요소기술이 필요한지 미리 정하고 얼마의 예산으로 어떻게 개발하라고 구체적으로 정해서 하는 것에서 서서히 탈피해야 한다. 연구기관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걸 제시하는 것을 보고 평가해서 지원하는 게 맞다. 과거처럼 기술분야별로 칸막이를 나눠서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한번에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정부보다 앞서가고 시장경계가 사라진 ICT 영역에서 정부R&D는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가.
"기본적인 방향성은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같이 발표한 R&D 혁신전략에 담았다. 정부는 고위험 도전형 ICT R&D와 사회문제 해결형 R&D에 집중하는 게 골자다. 그 방향에 맞춰 R&D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신규 R&D 투자의 50% 정도를 두 가지 방향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기술 수요부처나 관계부처와 같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기술 이용자들도 기획·평가단계도 참여시킨다. 또 R&D에 그치지 않고 실증도 연결해서 진행한다. 첨단 소방헬맷 개발과제의 경우, 수요자인 소방관과 관계부처, 지자체까지 모여 머리를 맞대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서비스 적용에 필요한 제도개선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7일 규제샌드박스법 시행으로 신기술,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R&D 과제 중 실증이 포함된 것들이 있는데, 규제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규제샌드박스 적용을 받아 실증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시범적으로 몇 개 과제는 규제샌드박스 적용을 겨냥해 R&D 단계부터 준비하려 한다. 과기정통부와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 중이다. 내년에는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올해 과제를 기획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있는 규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개선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모인 규제개선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건의도 할 것이다."
-SW중심대학 선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해 계획과 평가 시 주안점은.
"SW중심대학은 작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5곳을 더 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방에 있는 비수도권 대학은 심사 시 가점 2점을 줬는데, 광역지자체 중 아직 SW중심대학이 없는 곳이 5곳 있다. 울산, 경남, 충북, 세종, 전남인데, 이들 지역은 가점을 2점 더 줄 계획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꼭 된다는 보장은 없다. 평가는 SW교육을 얼마나 융합적으로 잘 하는지에 주안점을 둔다. SW에 포커스된 단과대학을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비전공자에 어떻게 SW를 교육하고 산학교수를 채용해 산업계 현장의 움직임을 SW교육에 반영할지도 중요 포인트다. 이와 별도로 AI대학원도 상반기 중 3개 대학을 선정해 9월 개원한다. 석박사급 AI 인재를 2028년까지 1200여 명 양성하는 게 목표다."
-해외 혁신 교육기관을 벤치마킹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2년 동안 비학위과정을 운영하는 SW혁신학교로, 교육기관을 선정하지 않고 새로 설립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 교육 대상자는 학력과 경력에 상관 없이 만 18세부터 39세까지 신청을 받아서 뽑는다. 뛰어난 수준의 멘토를 지정하고 오프라인 교육도 하되 온라인을 많이 이용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실제 산업현장과 접목된 프로젝트 훈련도 많이 시킬 예정이다. 목표는 하반기에 학생을 모집해서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간 300명, 5년간 1500명을 대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이미 구체적인 커리큘럼 작업 등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 신규사업 중 가장 많이 신경을 써서 준비하고 있다. 사업예산만 350억원에 달하고 정부와 정치권, 산업계의 관심도 높다. 초기에는 직접 운영하다가 재단법인화해서 전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 팀장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석제범 원장은
1963년생 (만 55세)
1981~1985 서울대학교 영문학 학사
1985~1988 연세대학교 행정학 석사
2000~2002 시라큐스대학교 행정학 석사
1987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1995~1998 정통부 정책총괄과, 기술기획과, 정보통신정책과
1999~2003 한국정보보호센터, 충주우체국장
2004~2006 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 통신기획과장
2006~2007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정책 행정관
2007~2008 정통부 재정기획관
2008~2011 방통위 국제협력관, 정책기획관, 방송진흥기획관
2011~2013 방통위/미래부 통신정책국장
2014~2017 대통령비서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
2017.04 ~ 2017.08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2018~2018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센터장
2018~현재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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