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입찰제, 대기업-중기 협력에만 가점… 중견기업 설자리 좁아
정부·공공기관조차 IT사업 일단 깎고보자식… 우린 싸우다 죽어
자율차 시대 핵심 C-ITS 선도… 스마트시티·태양광사업도 순항
철도·공항·건설까지 사업 전방위 확대… 올매출 2000억+α노려
정부·공공기관조차 IT사업 일단 깎고보자식… 우린 싸우다 죽어
자율차 시대 핵심 C-ITS 선도… 스마트시티·태양광사업도 순항
철도·공항·건설까지 사업 전방위 확대… 올매출 2000억+α노려
데스크가 간다
이태규 대보정보통신 대표
"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지능형 SOC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실력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발굴해 '공생'을 통해 성장 에너지를 이어가겠다."
이태규 대보정보통신 대표는 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오랜 기간 쌓은 사업경험을 토대로 철도·공항·스마트시티·건설까지 사업영역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매출액 2000억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공공IT 시장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시장구도가 급변하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건전하게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989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코리아에서 IT 업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한국IBM·하나로텔레콤·브리티시텔레콤·보다폰 등 국내외 IT·통신 기업에서 활약해온 IT 전문가다. 2016년부터 대보정보통신 대표를 맡아 특유의 에너지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울 수서동 대보정보통신에서 건설현장 책임자를 연상케 하는 작업복을 입은 이 대표를 만났다.
대담 =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 팀장
-교통정보화와 공공 IT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왔다. 작년 사업성과가 궁금하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수주액이 2000억원을 넘긴 게 의미가 크다. 2017년에 비해 매출과 이익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 수주가 30% 정도 늘었다.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에 대비해 태양광발전 인프라 구축사업을 확대한 결과다. 매출은 2017년보다 약 5% 증가한 16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도 20억원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ITS(지능형교통시스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기존 ITS에서 진화한 C-ITS(차세대ITS)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영역에서 안정적 위치를 갖췄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진행한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앞서 진행된 시범사업도 수행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전체 구간으로 C-ITS를 확장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예타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 교통IT 시장을 둘러싸고 무한경쟁이 예상된다, 향후 사업전략과 전망은.
"자동차·통신·IT 기업간 전방위 협력과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과 통신방식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통신이 핵심인데, 궁극적으로는 5G 이동통신으로 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기술·산업간 융합이 필수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일을 많이 하고 있고 도로공사 C-ITS에서는 현대오토에버, SK텔레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차 플랫폼 요소기술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경쟁우위를 자신한다."
-해외 IT솔루션 기업들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여러 기술과 솔루션간 융합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원천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하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한다. 자동차가 사람의 눈 대신 3D 형태로 도로 상황을 판단하려면 데이터 처리가 핵심이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엔비디아와 총판계약을 맺고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대용량 저장장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전문기업인 인피니댓의 솔루션도 확보하고 있다. 제조솔루션·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기업인 PTC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국내 대형 중공업 기업에 솔루션을 소개하고 공을 들이는 중이다. 스마트팩토리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려면 밑단의 데이터를 모아주는 플랫폼이 중요한데 PTC 솔루션이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가장 높다."
-토종 IT기업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는데 취지가 궁금하다.
"국내에도 경쟁력 있는 요소기술을 갖춘 IT기업들이 많다. 기술과 시장이 복잡하게 융합하는 시대에 기업이 혼자 힘으로 사업을 펼치는 게 힘들다. 국내 기업 18곳과 '이노퓨처얼라이언스'라는 연대를 만들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결합해 건물IoT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여러 건설사들과 접촉해 사업 추진도 타진하고 있다."
-도로에 이어 공항, 철도 분야까지 교통사업을 확장하고 복지시스템 분야도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서고속철도의 IT시스템 유지보수 프로젝트에 이어 최근에는 코레일 IT 유지보수까지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천공항 영상관제시스템 구축 등 공항사업도 확장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 분야 IT시스템 분야에서도 경험과 기술력을 쌓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새로운 보건복지 제도가 많이 도입되다 보니 IT 수요도 늘고 있다. 작년에만 4건의 관련 사업을 수주했다. 복지 IT시스템은 장애인, 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도와 기준이 복잡해 난이도가 높다. 4년 정도 사업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지금도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장학재단 IT유지보수 사업도 80~90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행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 중인데, 주요 전략은.
"현 정부 들어 태양광발전 시장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발전 관련 전체 장비를 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태양광 프로젝트를 하려면, 회사 신용등급이 좋고 현금 동원능력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은행 차입금이 없고 4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용등급이 높아 조건이 좋다. 시공 완성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태양광장비 계약고가 250억원이 안 됐는데 지난해에는 450억원으로 급성장 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수주가 많았는데 올해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건축 등 SOC(사회간접시설) 분야의 지능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데 사업현황은.
-지난해 건설 IoT(사물인터넷)와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큰 계약 성과를 거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한 110억원 규모의 송도 5·7공구 u시티 기반시설 구축사업도 수주했다. 송도 신도시에 ICT, 에너지, 환경 등 첨단 스마트기술을 융합해 행정·교통·방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시운영자와 시민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세종, 남양주, 송도 등에서 쌓은 경험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건설사 IoT 사업도 따냈다. 도로, 도시, 건축 분야 스마트화는 결국 비슷한 요소기술이 활용되는데 그동안 묵묵히 지속해 온 기술투자가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투자한 스마트톨링 솔루션은 시장이 열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하이패스를 잇는 차세대 교통 요금징수시스템으로 수년간 스마트톨링 솔루션을 개발해 왔는데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작년에 고속도로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도로공사가 사업을 유보해 어려움이 컸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는 영업인력이 6000명이 넘다 보니 장기적으로 요금소 무인화를 지향하는 스마트톨링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 좌초된 것 같다. 스마트톨링 솔루션은 언뜻 보기에 기둥 하나를 세운 것 같지만 뜯어보면 그 안에 카메라 32대가 들어간다. 공들여 개발한 솔루션을 빛을 못 보니 아쉬움이 크다."
-많은 리스크 속에서도 기업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안정적인 수주·매출 2000억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큰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현장이란 곳이 하루하루가 지뢰밭과 같지만 직원들과 함께 보람을 일궈갈 것이다."
-대형 공공IT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대기업 참여가 늘어날 전망인데.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공공SW 시장에 대기업 참여가 금지됐지만, 주요 발주기관들이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적용을 받으려 한다. 중견기업들 실력이 그만그만하니 대기업에 사업을 맡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제도에서는 사업자가 중소기업에 50%의 일을 줘야 평가 시 가점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다. 공공입찰에서 1점이면 당락이 좌우되니 기업들은 중소기업이 기본으로 50%를 준다. 대기업이 주사업자로 참여하면 중견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대기업 없는 시장을 5~6년간 지켜온 중견기업은 빠지라는 얘기다. 공공IT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이 10곳에 이르는데 시장에서 배제되면 다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온 중견기업들은 위기상황 이다."
-중견기업들이 시장을 이끄는데 정작 돈 버는 기업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중견기업은 40억원 미만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데 40억원 이상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 여기에 중견기업 수가 늘다 보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17년 중견 SI기업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에 호소하면 돈 안 되는 사업을 왜 하느냐고 하는데 기업은 조직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이제 정부·공공기관이 달라져야 할 차례다. 중견기업이 수익을 못 남기면 협력하는 중소기업도 돈을 벌 수 없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공공사업에 적용할 새로운 룰이 필요해 보인다.
"대기업들은 수년간 사업을 접다 보니 수행조직도 인력도 없다. 현재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인력들이 대부분 대기업 출신들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도 협력할 수 있게 공공입찰 제도를 손봐야 한다. 중소기업에 50%의 일을 줘야 가점을 주는 제도를 손질해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에 중견기업도 협력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 또한 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IT사업 규모도 현실화 하고 IT유지관리 기간도 1년에서 3~5년으로 늘려줘야 한다. 1년 단위 계약구조 하에서는 모든 기업이 싸우다 다 죽는다."
- 공공기관의 인식전환이 더 중요해 보인다.
"정부·공공기관들도 비용절감을 앞세워 기업에 줄 돈을 깎고 보자는 식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특히 IT 유지관리 사업은 시장에서 통하는 요율을 책정하지 않다보니 중간에 선 SI기업 부담이 너무 크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에는 적정 가격을 주다 보니, 결국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떠 안게 된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최소한의 연구개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제값 주고 정당하게 사서 쓰는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 52시간 근로제에 맞는 사업운영도 필요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에는 다 비용인데 아직 공공사업이 이를 반영해 운영되지 않는다."
안경애 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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