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포럼] 경제지표가 모두 위기를 말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602102369640002[1].jpg "[포럼] 경제지표가 모두 위기를 말한다")
마침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됐다. 부총리 후보자와 정책실장에 임명된 사람들은 모두 기존 경제정책방향을 고수할 뜻을 천명하면서도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그 효과적인 대처에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각오를 밝혔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경제는 얼마나 어렵고, 어떤 점이 문제인 것일까?
한국처럼 비기축통화국의 경제안정화 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경제성장, 고용,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이 네 가지다. 그런데 2018년 경제안정화 지표를 보면, 문제인 정부의 4대 정책 방향의 이행 기반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우선 경제성장률 예측을 보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IMF 통계를 보면, 올해와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각각 3.7%, 3.6%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2017년 10월에 3%였지만 1년만인 2018년 10월 2.8%로, 또 최근 11월에는 다시 2.6% 하향 조정되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세계교역 성장률은 올해와 2019년에 각각 4.0%, 3.8%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정작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2019년 예측치는 2018년 보다 더 낮은 2.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용은 또 어떤가. 2018년 취업자 증감은 2월에 10만 2000명으로 이미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로 하락했고, 이후 계속 악화돼 10월에는 6만4000명에 이르렀다. 실업률도 7~10월이 전년 동기 보다 더 높은 3.7%, 4.0%, 3.6%, 3.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실업상황이 계속되면 청년실업률도 2017년 9.9% 수준 아래로 크게 떨어뜨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까지 1.5% 이하로 안정되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과 10월 1.9%, 2.0%로 상승하고 있어, 올 연말 그리고 내년에는 저성장 속에서 물가마저 상승하는 경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경상수지만큼은 9월 기준으로 흑자상태를 유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마찰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충격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가 있는 제품만이 살아남고 있음이 9월 경상수지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즉, 반도체, 전기.전자, 기계.정밀기기에서만 수출이 증가했을 뿐, 나머지 산업에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대외부문이 삼성전자, SK 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래 한국경제 전망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전후방 고용창출 효과가 큰 핵심산업 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강력한 힘에 좌지우지 되어온 승용차·부품의 수출이 20.9%나 감소한 것은 크게 우려할 부분이다.
경제 성과는 소위 경제안정화 지표로 측정되며, 경제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이 지표를 통해 평가받게 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의 네가지 주요지표들은 우리의 현 경제가, 그리고 미래가 심각한 상황임을 객관적 수치로 보여준다. 예기치 않은 미·중 통상마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과속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제충격의 과도기적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더라도 2018년 경제안정화 지표는 좋지 않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신규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되고 있다면 한국경제는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위의 지표들은 분명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래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노동력 공급에도 적신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다. 2017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2016년 1.17명보다 줄어들었으며, OECD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하회한다. 폴란드, 포르투갈과 함께 초저출산국에 해당된다. 한국 정부는 미래 경제안정화를 위해, 저출산 문제와 연금문제도 해결의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4대 경제정책 방향인 '일자리 중심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늘 강조돼왔지만, 그것의 이행 기반이 되는 '리스크 관리 등 경제안정과 정책 인프라 혁신'에 관련된 경제지표의 악화는 간과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이념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려 해도, 정책 결과물과 성과는 외부로 나타나는 경제적 지표로서만 검증된다. 문 정부의 4대 정책방향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그 이행 기반의 경제안정화에 나타난 리스크 요인들을 최우선적으로 심각하게 고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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