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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의 도시스카프] `놀이~터`는 도시의 경쟁력, 어른들을 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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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라이프스케이프 크리에이터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놀이~터`는 도시의 경쟁력, 어른들을 놀게 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어린이 행복지수 최하위
'노는 환경'이 부재해 아이들이 못 놀아
예산·관리 문제로 놀이터 개선 힘들어
단순 놀이공간 아닌 사회적으로 바꿔야


'노는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뽀롱 뽀롱 뽀롱~~.'

어른도 노는 게 제일 좋다. 가능한 더 많이, 더 오래 말이다. 새 달력이 나오면 아이 생일이 언제인지보다 '빨간 날'이 얼마나 많은지 먼저 확인한다. 호모루덴스(Homo Ludens), 애나 어른이나 노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놀기에 딱 좋은 5월! 그런데 돈이 든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야외에 나가고 싶어도 값을 치러야 한다.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네 놀이터다.

놀이터에는 미끄럼틀, 시소, 조합 놀이대로 이뤄진 '3종 세트'가 마련돼 있다. 어느 곳을 가도 매 한가지다. 아이들이 놀라고 만든 놀이터에 아이들은 없다.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은, 홀로 개인 미디어에 빠져 있거나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바쁘다. '친구들 모여라~~' 할 수가 없다. 친구라도 만나려면 학원에라도 가야 한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어린이 행복지수가 최하위다. 핀란드는 국가 행복지수와 어린이 행복지수, 모두 1위다. 우리나라 인구의 13.8%를 차지하는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다. 어른들의 행복지수도 가장 낮다.

행복하지 않아서 놀지 않는 것인지, 놀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은지, 그건 분명치 않다. 놀고 싶어도, 놀 줄을 모르고, 놀 여유도, 돈도, 시간도 없다고 푸념한다. 과연 그럴까.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놀이~터`는 도시의 경쟁력, 어른들을 놀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왜 놀지 못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노는 환경'이 문제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주말마다 체험농장,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을 데리고 다닌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한다. 놀아도, 놀아도, 더 놀고 싶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어른들은 '더러우니까', '위험하니까', '시끄러우니까' 하며 '하지마!'라고 한다.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온종일 흙밭에서 뒹굴고 그 손으로 먹고 마시고 소리 지르며 놀았다. 그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어른들이 놀려고 하는 아이를 통제하려 든다. 이렇게 놀아본 경험이 없는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은 더하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놀이터를 만들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 모든 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간주한다. 그러니 노는 환경이나 시설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놀이터가 생긴 지 약 100여 년이 됐음에도, '3종 세트' 놀이기구가 어디에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빈터+놀이기구 = 놀이터'라는 공식만이 '사회적 합의'를 이뤘을 뿐이다. 4만 개가 넘는 동네 놀이터가 모두 공장에서 찍어 낸 장난감처럼 똑같다.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았던 미국의 유명한 어린이 프로그램인 '미스터 로저스 네이버후드'의 제작자이자 호스트인 프레드 로저스는 "놀이는 어린이에게 가장 심오한 학습의 형태"라고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상의 놀이'를 등한시하고선, 돈을 써가며 저 멀리에서 놀이를 찾는다.

놀이터 개선 사업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자체의 박한 예산과 관리 문제로 놀이터가 애물단지 신세가 되기도 한다. 흙바닥이 있는 놀이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은 자연결핍증후군을 점점 앓아간다.

왜 기적의 놀이터라고 하는 것일까? 한 지자체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지형을 이용해 놀이터를 디자인하고,'기적의 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상의 놀이터에 붙은 '기적'이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도 당연한 놀 권리와 행복에 우리는 '기적'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놀이터는 중요한 도시 기반시설의 하나이다. 단순 놀이 공간이 아닌 사회적 공간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놀이터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신체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배워가고, 어른들은 사회적 교류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좋은 놀이터는 아이들의 삶이 있는 곳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설레며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코펜하겐의 '펠리드파크 놀이터'나 시드니 하이드파크의 울루무 놀이터처럼 좋은 놀이터는 랜드마크가 되어 도시의 경쟁력도 갖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놀이터를 디자인해야 할까? 놀 줄 모르는 아이는 없다. 놀 수 있는 환경이 없을 뿐이다. 어른이 문제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놀이로서' 다시 배워야 한다. 놀이터 디자인은 아이들과 어른, 그리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 디자인이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독창성도 담겨야 한다. 무엇보다 사용하는데 돈이 들지 않아야 한다.

어른들을 놀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디자인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요구를 잘 읽어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고, 말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디자인 리서치의 가장 큰 함정은 '사용자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러기에 관찰을 통해 사용자의 니즈를 찾아내고 디자인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니즈를 찾아 디자인하는 것은 어른이다. 사용자에 대한 공감이 없이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놀 줄 모르거나 자연에서 놀아본 경험이 없는 어른이 어떻게 '끝내주게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터를 디자인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학원 '뺑뺑이' 대신 각 도시의 놀이터로 여행 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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