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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생선·사과 껍질로 지갑을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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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생선·사과 껍질로 지갑을 만든다고?
코로나19 이후 일본 내에서도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 개념의 물결이 소비 행태를 크게 바꾸고 있다.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비즈니스 기회로 만든 일본 기업이나 지자체들의 새로운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 폐기물, 식품 부산물 등을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는 '버리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추세다. 몇 가지 이색적인 것들을 살펴보자.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생선이다. 버려지는 생선 껍질을 활용해 가죽제품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하는 곳이 있다. 도야마현에 있는 싱크시(Syncsea)는 생선 가게 등에서 버려진 '생선 피부'를 모으고, 그것으로 가죽을 만드는 '100% 피쉬 레더' 전문 회사다.

주로 참돔이나 연어 껍질 등을 가공해 명함 홀더, 지갑 등 이른바 '동물성 가죽' 제품을 만든다. 생선 냄새와 점액은 가공 단계에서 완전히 제거된다. 소가죽이나 양가죽처럼 두껍고 내구성도 충분하다. 특히 겨울에는 방어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방어 껍질제품이 늘어나는 등 계절에 따라 가죽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특별한 '피쉬 레더'는 '생선 피부'를 무두질(원피(原皮)를 부패하지 않은 상태로 염색·가지(加脂)·건조 등을 거쳐서 가죽으로 만드는 과정)하여 만들고 있다. 'TOTOTO'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다.

방어, 참돔 등 생선이 맛있는 계절일수록 버려지는 껍질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죽 생산량도 늘어난다. 먹을 때 발생하는 쓰레기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돼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생선·사과 껍질로 지갑을 만든다고?
외관상 자연스러운 비늘 무늬가 있어 자칫 뱀이나 악어 가죽으로 보이기도 쉽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일반 반지갑의 가격이 6만5000엔(약 57만원), 명함 홀더가 3만3000엔(약 29만원), 스마트폰 케이스가 1만2000엔(약 10만6000원)이다. 고급 천연가죽 제품 가격을 능가하지만 주문량이 워낙 많아서 대기를 한참 해야 할 정도다.

현재 방어, 농어, 참돔, 연어 4가지 물고기를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새롭게 복어, 정어리, 심해어를 이용한 가죽 제작도 준비중이다.


이렇게 본래 쓰레기였던 것을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생선뿐만 아니라 사과에도 추진되고 있다. 나가노현에 있는 주식회사 소레나(Sorena)는 사과를 활용한 '천연 인공가죽'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과 주스를 만들 때 남는 과육, 속, 씨, 껍질 가루를 섞어서 합성피혁을 만든다. 사과 껍질 자체를 붙여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합성피혁을 만들 때 사과 찌꺼기를 가루로 혼합해 가공한다. 현재 가방, 지갑, 가구 등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토 사장은 예전에 과일잼을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의 양을 보고 문제를 인식하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 '사과 가죽'으로 만든 토트백은 가격이 5만9800엔(약 53만원), 여성 신발은 1만4300엔(약 12만6000원)으로 고가에 팔리지만 일반 합성피혁에 비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석유화학 원료를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서 수건 염색 공장을 운영하는 니시덴코 역시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솜먼지를 폐기하는 대신 이를 모아서 캠핑용 착화제로 만들었다. 수건을 염색할 때 나오는 다양한 색깔을 자유롭게 조합해 '예쁜' 착화제로 상품화했다. 현재 '이마바리의 먼지'는 출시 초기의 2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리츠메이칸 대학의 한 스타트업은 해양 환경을 망치는 육식성 생선인 이스즈미(황줄깜정이)와 아이고(독가시치)로 개사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일본 곳곳에서 '버리지 않는' 트렌드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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