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우리 주변 `숨겨진 세계`에 관한 탐구](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20021022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우리 주변 `숨겨진 세계`에 관한 탐구")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페터 볼레벤 지음/김영옥 옮김
추석 연휴 동안 고향에 가면 뒷동산을 올라보라. 여행을 계획한 이라면 리조트나 호텔 주변의 공원 풀섶으로 가보라. 거기서 어떤 나무나 풀도 좋으니 눈을 현미경 삼아 세세한 곳을 살펴보라. 흙과 나무 등껍질에서 또 다른 미시적 세계를 발견할 것이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야외에 나갈 때 휴대하기 최적의 자연 안내서다. 산과 들, 숲과 강가에서 살아가는 개별적 식물과 동물, 곤충들의 생태계를 저자가 직접 관찰한 대로 적어놓은 생태보고서다.
조금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자연은 시계장치처럼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하나 아귀가 맞지 않으면 고장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어느 한 코도 빠짐없이 연결된 네트워크다. 워낙 촘촘하게 짜여있어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이 인위적 변경을 시도하면 언젠가는 꼭 그 변화의 대가를 되받게 된다. 간혹 자연보호를 위한 조치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을 낳는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는 두루미 개체수가 증가하자 소시지 생산이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래 어종을 사슴 서식지에 방출하면 그 지역 사슴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 생태계 사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책은 저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서 확인한 바를 들려준다.
저자는 주로 나쁜 이미지로 먹칠된 늑대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다. 늑대야말로 자연의 미세한 시계 장치가 삐걱거리지 않고 잘 돌아가게 하는 조정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중앙유럽과 중앙아시아, 북미 대륙의 들녘과 숲을 지키고 있는 늑대의 일생을 통해 보여준다.
갖가지 사례들은 자연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정교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인간도 그 속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각인시킨다. 저자는 독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자연 논픽션 작가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생태 관련 책들은 출판되자마자 세계 각국에서 판권을 확보하려 경쟁할 정도라고 한다. 전작 '나무의 비밀스런 사생활'은 35개국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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