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하이트진로가 간판 상품 '하이트'의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주류 클라우드의 선전에 자사의 발포주인 필라이트에도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이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3% 감소한 1461억원에 그쳤다. 하이트의 반기 매출이 1500억원을 밑돈 것은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에도 폭염 영향에 맥주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3000억원 수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이트는 지난 2015년 매출 5241억원을 기록한 이후 연평균 15%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 15.6% 줄어든 4400억원대로 처지더니 지난해엔 3736억원까지 가라앉았다.
하이트를 뒷받침하던 고급 맥주 맥스도 낙폭은 완만하지만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 상반기엔 전년 대비 19% 감소한 433억원에 머물렀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카테고리에서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은 발포주 '필라이트'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필라이트는 하이트 대비 50% 가까이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안착했다. 출시 6개월만인 10월 말 1억캔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 6월 후속으로 출시한 필라이트 후레쉬도 70여일만에 3000만캔을 팔아치웠다. 업계에서는 필라이트가 올해 1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라이트의 선전 덕에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전체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수입맥주의 선전으로 인해 가정용 국산 맥주 소비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필라이트가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선두인 오비맥주 역시 조만간 발포주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필라이트의 선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하이트의 매출은 매년 감소세였다"며 "필라이트가 하이트의 매출 감소분을 보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라이트의 선전에 만족하기에는 '주력'인 하이트의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산 맥주 시장이 부진하다지만 롯데주류는 전체 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30% 넘게 늘었고 오비맥주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부진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필라이트의 판매량은 2분기 300만 상자에 이어 3분기 330만 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레귤러 맥주(하이트+맥스) 판매량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력인 레귤러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라이트의 선전이 있더라도 주력인 하이트의 반등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맥주 부문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를 마시던 사람 중 상당수가 같은 브랜드면서 가격도 저렴한 필라이트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입맥주 라인업도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하이트와 맥스의 선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