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순환장치 없는 차량도 불타
화재원인 논란 당분간 지속될듯
압수수색·늑장 리콜수사도 속도
화재원인 논란 당분간 지속될듯
압수수색·늑장 리콜수사도 속도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이번엔 휘발유차다. 벌써 8번째다. 여기에는 결함시정(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도 다수 포함됐다. 덩달아 차주들의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꼽히던 변수는 조금씩 지워져 가고 있다. 회사 측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에 맞서 소비자단체는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이라고 반박하는 가운데, 수사기관이 본격 가세했다. 담당 부처에 이어 수사기관까지 포위망을 좁히면서 '결함은폐'와 '결함 원인' 등 잇단 의혹에 휩싸인 BMW코리아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문제없다던 휘발유차도 하루꼴로 '火火' = 30일 0시 15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역 인근 차도에서 BMW 320i 승용차에 불이 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주행 중 엔진 쪽에서 났다가 10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에도 750Li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인 29일 경기도 파주에서도 리콜 대상이 아닌 BMW 2010년형 휘발유차 528i에서 불이 났다. 이로써 올들어 화재가 발생한 BMW 휘발유차는 최소 8대가 됐다. 화재사고 발생 차량은 휘발유 차로, 리콜 대상이 아니다. BMW코리아 측은 "휘발유차 화재사고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다"며 "현재 진행 중인 EGR 모듈 리콜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EGR 결함 신빙성 있나 = BMW 측이 화재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EGR'이 없는 휘발유차에서도 잇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화재원인이 EGR로 국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행 중 배출하는 배출가스양이 휘발유차보다 많은 경유차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EGR을 적용한다. 실제 한국소비자협회는 BMW 차량의 화재 원인으로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위험한 ECU 설정"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사고 원인에 대한 가능성을 한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최근 한반도를 뒤덮은 '폭염'이 화재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 더위가 주춤하면서 이런 주장은 신빙성을 잃고 있다.
◇수사기관까지 가세, 사면초가 BMW = 경찰이 BMW의 화재사고 결함은폐 의혹을 위해 회사 한국지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0일 서울 중구에 있는 BMW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잇단 차량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EGR 관련 서류와 내부 회의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그간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BMW 관련 문건을 확보해 검토 작업을 해왔으나 강제 수단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BMW는 차량이 잇달아 불타는 사고가 발생하자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사고가 있어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해왔으며 최근에야 EGR 결함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국토부에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화재 때문에 비난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 마침 BMW가 원인 규명 실험을 끝냈다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늑장 리콜'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에 이광덕 씨를 비롯한 'BMW 피해자 모임' 회원 41명은 BMW코리아, BMW 독일 본사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관계자 9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 등은 국토부의 조사에 강제성이 없어 BMW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증거를 은폐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강제 수사를 촉구해왔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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