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기고] 사이버보안에도 자율 대응이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2002102369607001[1].jpg "[기고] 사이버보안에도 자율 대응이 필요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요즘 다들 고생이 많다. 잠깐만 땡볕에 움직여도 땀으로 샤워를 한 듯하다. 사람은 외부 기온에 관계없이 체온을 36.5 ℃ 정도를 유지하며 정상 체온에서 벗어나면 땀 분비량을 증가시켜 체온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물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고 기온과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포유류와 조류 등의 동물들은 모두 체온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땀을 흘리거나 호흡수를 조절한다. 우리는 이를 자율신경(autonomic nerve, 自律神經)이라고 부른다. 자율신경은 호흡, 순환, 대사, 체온, 소화, 분비, 생식 등 생명활동의 기본 기능이다. 땀을 흘리거나 혈관의 수축을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자율신경기능은 대부분 의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정보보호분야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볼 때, 사람 몸에서 일어나는 자율 조절 능력이 사이버 세상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체 바이러스에 대해 인체 면역 시스템이 자율 대응하거나 외부 기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몸을 떨거나 땀을 흘려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처럼 사이버 세상에서도 일정 수준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율 대응체계가 사회 시스템에 내재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의식적으로 생각을 해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보안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보안 상황을 중앙에서 전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대응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네트워크 또는 시스템에서 자율적(무의식)으로 대응 기능이 동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예측하지 못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통제형 관리체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2016년 말, 미국 동부 인터넷을 마비시킨 '미라이봇넷'을 최근에 분석한 결과 196개 이상 국가에서 26만개 이상 기기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보안이 취약한 CCTV, IP 카메라, 라우터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이용한 사생활 침해, 몰래카메라, 디도스 공격과 같은 사고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IoT 기기들이 해킹되어 악의적인 연대를 구축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기반시설이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장치를 동원해 직접 공격하기 때문에, 방어자가 신속하게 많은 수의 해킹된 IoT 기기를 식별해 효과적으로 차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이용자들에게 IoT 기기의 패스워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닥칠 미래위협을 준비하는 자세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는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IoT 기기의 수가 2017년 84억대에서, 오는 2020년에는 250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초연결을 통해 수많은 융복합 서비스의 혜택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보안관리 측면에서는 기기의 수가 사람이 모든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수의 IoT 기기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까지 긴 경로를 통해 송신하는 대신 실시간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가 생성된 위치와 더 가까운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엣지(Edge) 네트워크·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말단 신경에 비유되는 엣지 네트워크에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단말기기 이상 유무 관리, 로컬 이상 트래픽 분석, 악성코드 유입 등 다양한 보안 기능을 내재화해 근접 보안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자체 대응할 수 있는 자율 보안기술개발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체도 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것처럼 주변 상황에 따라 자율 신경계가 스스로 대응하듯 사이버 세상에도 중앙통제형 보안뿐 만 아니라 자율형 보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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