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산 넘어 산이다. BMW코리아가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처분 이후 이제는 결함시정(리콜) 조치를 앞두고 있다.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의 운행정지와 같은 '강제성' 있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안전진단과 마찬가지로 혼란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다.
16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화재사고 발생 위험에 따라 자발적 리콜하는 대상 차량은 모두 10만6317대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실시 중인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가 1시간가량 진행되는 것과 달리 리콜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전체를 교체하기 때문에 3시간이 소요된다.
회사 측은 하루 평균 1400대에 대한 리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주말과 공휴일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약 76일, 2개월하고 보름여 정도면 리콜 대상 차량을 모두 손볼 수 있게 된다. 김효준 BMW코리아그룹 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화재사고 관련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내 리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리콜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 BMW코리아가 실시한 긴급 안전진단의 경우에도 잇단 화재사고로 정부가 운행정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저조했던 참가율이 급속도로 늘었다. 차주들이 운행정지를 피하기 위해 안전진단에는 적극 나섰지만,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차주들이 대부분인 만큼 리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리콜을 완료할 계획"이라면서도 "소비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소비자들의 최근 5년 새 자동차 리콜 이행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그만큼 소비자가 리콜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리콜 이행률은 94.2%였지만, 매년 떨어져 작년 63.5%까지 하락했다. 일례로 과거 세계 자동차 업계의 대규모 리콜을 불러온 이른바 '죽음의 에어백' 다카타 사태에 따라 국내서 2013년부터 실시한 리콜은 2년이 지나도록 이행률이 30%대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조사와 당국인 국토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해당 제작사에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 주소지로 리콜 통지서를 보낸다. 회사 측도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차주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만, 모두 강제성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으로 한숨을 돌린 BMW차주들이 과연 리콜에 적극 응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BMW코리아 측도 사태를 일찌감치 매듭짓기 위해 당국의 강제성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