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매출하락 막자" 의지
정치권, IT 공약으로 제시
정부, 문제발생땐 개입 방침
정치권, IT 공약으로 제시
정부, 문제발생땐 개입 방침
[디지털타임스 정예린 기자] 제로레이팅이 6·13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제로레이팅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료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압박받는 이통사들의 매출 하락 또한 막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은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제로레이팅을 제시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제휴로 사용자가 동영상, 음원 등 콘텐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받거나 할인받는 제도다. 이에 사용자들은 과도한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콘텐츠사업자들의 망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이통사 입장에서는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부담을 덜고 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책임을 나눌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약집에 '공짜 데이터 스폰서 요금제(제로레이팅) 확대'를 명시했다. 제로레이팅을 도입하면 연간 4500억원의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주도의 공공서비스인 코레일톡이나 워크넷 등에도 제로레이팅을 적용해 정부가 데이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제로레이팅을 도입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중고폰 활성화, 단말기 자급제 등과 함께 통신비 부담 완화의 방법으로 제로레이팅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의 공약에도 제로레이팅이 등장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대중교통, tbs교통정보 등 서비스의 데이터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제로레이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제로레이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경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제로레이팅 서비스 관련 소비자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7.9%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제로레이팅이 가계 통신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도 79.1%에 이른다.
이통사들의 매출 하락에 따른 투자 여력 저하도 제로레이팅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이통사들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과 보편요금제 추진 등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에 대한 부담으로 이동통신(MNO)사업 분야에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사용 증가에 따른 트래픽 폭증으로 비용부담 또한 늘어났다.
국내 LTE 스마트폰 사용자의 1인당 월평균 트래픽은 2015년 3월 약 3.3GB에서 올해 4월 약 7.07GB로 2배 이상 폭증했다. 이 중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고만 있다"며 "제로레이팅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입한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초 공공부문 서비스의 제로레이팅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단, 통신사의 자회사에 편향적으로 활용되는 것만 제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경쟁이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사후규제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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