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통상압력 강화하는 미국
[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한 미국 정부가 한국에 수입규제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적자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한·미 FTA를 개정하기 전까지 각종 통상압력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국산 '원추 롤러 베어링'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27일에도 한국과 대만에서 생산한 '저융점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미국 업체들은 한국산 제품에 32.95~45.84%의 덤핑 마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미국 업체들이 한국산 '합성 단섬유'에 대해 37.28~45.23% 덤핑 마진율을 주장해 미국 상무부(DOC)가 반덤핑조사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도 착수했다. 지난달에만 미국은 한국을 겨냥해 3건의 반덤핑과 1건의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에 대한 각국의 수입규제 개시 건수가 총 8건인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서 차지했다.
미국은 인도(33건)에 이어 가장 많은 30건의 수입규제를 한국에 대해 실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의 무역적자 분석, 수입산 철강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앞으로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조치는 한국과의 무역에 불만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에 대한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달러에서 276억달러로 증가했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줄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1~5월 미국과의 무역에서 68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동기보다 41억달러 줄었다. 2015년 대미 흑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5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26억달러 줄어든 232억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안에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가 꾸려지면 한국 측은 대미 흑자 감소세와 함께 한미 FTA 발효 이후 교역 규모의 증가세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교역 규모는 13.0% 감소했지만, 한미 교역 규모는 12.1% 증가했다. 또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도 2011년 8.5%에서 2016년 10.6%로 상승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제기하는 무역수지 불균형은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차이와 경기 순환에 기인한 것으로 단순히 한·미 FTA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슬기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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