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광 회사원
![[발언대] 예의와 절제 있는 프로그램 아쉽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1102102269038001[1].jpg "[발언대] 예의와 절제 있는 프로그램 아쉽다")
최근 주말 저녁 가족들과 TV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게임에 이긴 팀 출연자들이 진 팀 출연자의 뺨을 발바닥으로 때리는 장면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불편한 마음에 채널을 돌려버렸다.
우리 몸에서 머리는 두뇌와 눈처럼 민감한 기관이 모여 있는 부위여서 충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얼굴은 사람의 정신(얼)을 담은 곳이기에 신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집안 어른들께서는 장난으로라도 어깨 위는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하시곤 했다.
뺨 때리기는 그 사람의 인격과 자존감을 모욕하는 행위다.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40대 중반의 가장이 냄새나는 발로 뺨을 맞는 모습이 용인될 수 있을까? 우리 가족에게는 재미도, 의미도 없이 불편하기만 한 장면이었다.
불현듯 폭력이 일상생활이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짝꿍과 다퉈서, 시험을 못 봐서, 평화의 댐 성금을 가져오지 않아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손찌검했다. 월남전에서 베트콩을 어마어마하게 해치웠다고 자랑하던 무지막지한 손바닥으로, 아직 10대에도 접어들지 않은 어린이들의 뒤통수와 뺨을 후려쳤다. 심지어 말썽을 부린 아이들끼리 서로 뺨을 때리게 하는 체벌도 자행했다. 스승이 친구의 뺨을 치니, 급우들끼리도 장난으로 괴롭힘으로 뺨을 때렸다.
지금 시대엔 믿지 못할 일들이지만, 이로 인해 문책이나 징계를 받은 교사는 보지 못했다. 모두 선생님이 '깊은 뜻으로 드신 사랑의 매'라는 집단신념이 지배하던 시대였기에, 이를 문제 삼아 학교에 찾아오는 부모는 없었다.
서글프고 분통 터지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중고시절엔 한두 해 선배의 자격으로 후배들의 뺨을 쳤고, 사람의 얼을 모독하는 이 악랄한 행위는 대학과 군대에서도 종종 되살아났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절대로 배우지 말아야 할 못된 짓이다.그런데 공영방송에서 재미랍시고 인기 있고 존경받는 방송인들이 친구들의 뺨을 발바닥으로 때린 것이다. 비록 실제 맞는 모습은 떡메를 치는 장면으로 대체했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치욕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아이들이 어디 가서 흉내라도 낼까 봐 걱정스러웠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이라면, 아이들은 따라해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웃음은 물론이고 올바른 역사인식과 사회정의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아주 어렸던 시절부터 함께 챙겨 보곤 했는데, 이 민망한 장면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방송 후 자성은커녕, 규칙을 어긴 다른 출연자가 본인이 다른 출연자에게 발뺨을 맞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전에도 이 프로그램에는 출연자들끼리 뺨이나 머리를 때리는 행동이 종종 보여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녀노소 출연자들의 머리를 후려치는 일본 예능프로그램과 다를 게 무엇인가? 뼈아픈 일제강점기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칭송받던 프로그램에서 일본 예능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는 건 모순이다. 물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공중파 공영방송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 예능으로, 재방송조차 인기가 아주 높다. 그러니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께 조금만 더 신경 써 줄 것을 부탁한다.
재미있고 익살맞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사람에 대한 존중, 얼굴에 대한 예의는 반드시 지키는 모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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