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부총리로 격상 불구
'산업' 없는 구조조정 여전
한진해운·대우조선 대표적
채권단 위주 구조조정 탓
부처간 이견·갈등 '반복적'
산업경쟁력 제고 목적 상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
별도기구 전담 책임 강화"
'산업' 없는 구조조정 여전
한진해운·대우조선 대표적
채권단 위주 구조조정 탓
부처간 이견·갈등 '반복적'
산업경쟁력 제고 목적 상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
별도기구 전담 책임 강화"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산업은 없고 산으로만 가는 구조조정' 현 정부의 산업구조조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를 금융위원장에서 경제부총리로 격상하며 부처간 이견과 갈등을 봉합하고,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사실상 실패했고,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해양 문제는 거품만 키우고 있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제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두 차례의 해명자료를 내는 등 진땀을 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7일 금융위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우조선 도산으로 인한 피해액을 각각 59조원, 17조6000억원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처리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산업계에서는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과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산업구조조정의 사령탑을 금융위원장에서 경제부총리로 격상하며 재정비했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면서 채권단 위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물류'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조선업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가 조선업 보고서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를 무시해 산업부와 마찰을 빚었다.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한 지 1년 5개월 만에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자 금융위는 비로소 조선업 재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태도를 180도 바꿨다. 철강 구조조정은 부처 간 이견은 없었지만, 업계의 반발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구조조정을 보면 기간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전략이 부재한 '낙제점' 수준"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이 패착의 주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구조조정 본연의 목적을 살리려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식 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금융당국과 정책금융이 집도의 역할을 맡다 보니 구조조정에서 혼선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라며 "산업계를 주축으로 한 민간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이끄는 방식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문제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구조조정은 별도의 기구가 전담해 책임을 명확하게 묻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의 경우 정부가 구조조정을 이끌 돼 전문성을 갖춘 상설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서별관회의처럼 밀실회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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