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오전 5시 40분께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범죄혐의와 추가 증거를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수사 검사들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도 거르고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에 관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0분 동안 휴정한 것을 빼도 7시간 넘게 혈투를 벌였다.
서울구치소에서 반 나절 가까이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구속이 결정된 후 그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특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이후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이달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결국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시 새로 추가한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의 압력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순환출자 문제 해소 차원에서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가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나서도 삼성 측이 '말 세탁'을 통해 최씨 일가를 지속해서 우회 지원해 온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조사도 분위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특검은 박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특검의 1차 수사기간 만료까지 10여일이 남은 상황에서 수사 기간 연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위증 혐의를 제외하고 같은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에서 최씨가 삼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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