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측, 김기춘 등 신청
심판 심리기일 연장의도 우세
강일원 재판관, 증인신청 제동
헌재, 25일 채택여부 검토할듯
심판 심리기일 연장의도 우세
강일원 재판관, 증인신청 제동
헌재, 25일 채택여부 검토할듯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탄핵심판 증인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해 시간끌기용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월 둘째 주까지 재판 일정을 지정함에 따라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재판관 회의, 평결, 결정문 작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3월초 선고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 탄핵심판ㆍ특검 수사
증인 39명 무더기 신청 논란
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국대사),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대사),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황창규 KT 회장 등 증인 39명을 추가로 신청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피청구인(박 대통령)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은 소추사유 전반,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 수사,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과 체육계 비리 관련, 모 전 수석 등 전 청와대 수석들은 국무 전반, 문화융성 등과 관련해 반드시 증인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심리 기일을 연장하려는 의도로 무더기 추가 증인신청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증인들이 굳이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더라도 진술서를 내면 다 동의하겠다"면서 추가 증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도 증인신청에 제동을 걸었다. 강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이 신청한 사실조회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면 증인신청이 많이 필요 없을 것 같다"면서 "입증 취지를 잘 생각해서 증인 신청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비서실 조직이 완비될 때까지 연설문이나 홍보분야에서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도움을 받은 건지 알려달라"며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도 정확히 어느 부서 담당인지 어떤 절차를 밟아 시행했는지 등을 밝혀달라" 주문했다.
헌재는 우선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가운데 일부를 채택했다. 다음달 1일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유민봉 전 정책기획수석(현 국회의원),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다음달 7일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성민 더블루K 대표를 신문하기로 했다. 헌재는 25일까지 추가 증인신문 채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탄핵심판 결과가 늦어질 전망이다. 대통령 측 추가 증인 신청으로 인해 3월초쯤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헌재 선고가 늦어질수록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피해갈 수도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탄핵심판이 장기화할수록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론에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강제모금 정황을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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